CJ대한통운 전주 모 대리점주 택배기사에 수수료 인하·택배 영업 강요

택배기사 "더는 못 견뎌 단체 퇴사"…실직 힘들지만 이런 점주 없어져야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카톡에 답하지 않았다고 네 식구 생계가 걸린 일을 하루아침에 못하게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전북 전주의 한 CJ대한통운 대리점에서 일하던 택배기사 6명이 20일 그간 자신들이 당해왔던 대리점주의 '갑질'을 토로했다.

택배기사 A(53)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대리점주가 바뀌면서 우리 기사들의 생활이 엉망이 됐다"며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들고 암이 걸릴 것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택배기사들에 따르면 이 대리점주인 B 씨는 이전 점주로부터 대리점을 인수한 뒤 택배 수수료 인하와 택배 집하 영업 등을 지속해서 요구했다.

택배기사들이 택배 1건당 받는 수수료는 770원. B 씨는 수시로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계약해지와 구역조정 등을 들먹이며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또 대리점 사무실에서 일하는 B 씨 아내의 월급을 기사 10명이 15만원씩 걷어 충당하도록 했다.

새롭게 바뀐 점주의 요구에 택배기사들은 생계를 포기할 수 없어 따랐지만, 마지막 보루인 '수수료'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 갈등이 생겨났고, 일부 직원은 본보기로 계약해지를 당하거나 4∼5년 넘게 담당하던 구역을 조정당했다.

또 담당 구역에서 택배기사가 영업을 해 택배를 수거해 오는 집하 영업을 배달 물량의 20∼30%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집하 영업 물량은 전체 배달량의 5% 내외에 불과하다.

B 씨는 밤늦은 시간에도 단체 채팅방에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자신의 요구에 불만을 품거나 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또 이 대리점에서 나가면 다른 대리점과 계약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B 씨는 이에 대해 "실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며 갑질에 대해 부인했다.

택배기사들은 "B 씨의 부당한 행위를 CJ대한통운 지점에 알렸지만, 대리점 내부 문제에 대해서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더는 B 씨의 횡포를 견딜 수 없었던 택배기사들은 지난 11일 스스로 대리점을 떠났고, 그제야 B 씨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며 택배기사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A 씨는 "우리가 생계를 포기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우리 다음에 오는 기사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하려는 뜻"이라며 "이런 점주가 택배업계에 있는 한 택배업계의 갑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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