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집기 쌓여 두 명 눕기도 빠듯…주인 "우리도 쪽방서 같이 살았다."

(김제=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13년간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식당에서 일한 뒤 위암 말기 선고를 받은 지적장애 전 모 할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는 동안 3평 남짓 쪽방에서 동료 종업원 1명과 함께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방은 전 할머니가 일한 식당 한쪽에 마련된 작은 방으로 가운데를 장롱으로 나눈 뒤 한쪽을 주인 내외가 사용하고 나머지 한쪽을 전 할머니와 또 다른 종업원이 함께 썼다.

전 할머니가 잠을 잤던 방에는 식당 테이블과 집기, 냉장고 등이 가득 쌓여 있어 두 사람이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크기였다.

주인 내외는 자신들도 비슷한 크기의 쪽방에서 생활했다고 주장하지만, 13년간 월급 한 푼 없이 전 할머니에게 일을 시키면서 제공한 숙소라기엔 초라했다.

할머니는 주인 내외가 식사할 때 함께 밥을 먹고, 이 좁은 쪽방에 몸을 누이는 조건으로 '월급 30만원'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주인 A(65) 씨 부부는 이마저도 할머니에게 주지 않았다.

오히려 할머니를 안타깝게 여긴 손님들이 조금씩 건넸던 '용돈' 65만원까지 빌려달라는 명목으로 가져갔다.

할머니의 병원비와 의복비 등은 서울에 사는 남동생이 할머니 앞으로 나오는 장애인수당을 차곡차곡 모아서 치렀다.

지난 2월 위암 3기 선고를 받은 뒤에 들었던 치료비 역시 할머니 장애인수당 통장에 있던 2천여만원으로 충당했다.

남동생이 장애인수당을 오롯이 모아 적금을 들고 살뜰히 관리했지만, 위암 수술과 간병비를 제하고 나니 통장 잔고는 몇백만 원으로 줄었다.

A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그제야 빌린 돈 35만원과 밀린 월급이라며 할머니에게 500만원 등 535만원을 건넸다.

535만원은 13년간 할머니가 일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월급'이 됐다.

할머니 딸(36)은 "저도 어머니와 14살에 헤어져 최근에야 수소문 끝에 어머니를 만났다"며 "식당에서 지내신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노역을 하는 줄은 몰랐다"고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장애인을 이용해 영리(4천680만원)를 취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고용노동지청과 함께 A 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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