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임근호기자] E씨. 그녀는 5번째 여성이다.

지금까지 4명의 여성이 등장했다. A씨는 고소를 했고, 취하했다. B씨는 지난 해 112에 신고했고, 지금 고소를 진행중이다. C씨와 D씨도 각각 성폭행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E씨.

그녀는 텐카페에서 일했다. 당시, 박유천을 손님으로 맞았다. 그리고 당시,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 그러나 당시, E씨는 신고를 하진 않았다.

"누가 술집 다니는 여성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겠어요?"

E씨의 일방적인 주장 아닐까. '디스패치'는 E씨와 친구가 나눈 카톡을 직접 확인했다. XX년 XX월 XX일, 새벽에 주고 받은 문자였다.

E씨는 친구에게 그날의 일을 하소연했다.

"나, 강간당할 뻔 했어. 박유천 XX" (문자확인)

E씨와 그의 친구는 비밀이 없는 사이다. E씨는 그날 새벽 (카톡으로) 박유천이 손님으로 왔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다 잠시후 화장실에서 당한 일을 털어 놓았다.

"밴드가 들어왔어요. 음악을 틀었고요. 박유천이 화장실로 불렀습니다. (중간 생략). 그리고 강제로 관계를 가질려고 했습니다."

일종의 실랑이가 일어났다. 분명 E씨가 원치 않는 상황. E씨는 끝까지 거부했다. 그렇게 몇 분 뒤에 그곳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당시 E씨가 느낀 것은, 일종의 공포감이었다. 화장실은, 누구에겐 가장 은밀한 장소다. 하지만 반대로, 또 누구에겐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다.

E씨는 룸 밖으로 나와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화를 참아야 했다. 누워서 침뱉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신고를 한다고 해결될까요? 다들 저를 욕하겠죠. 아니 아무도 안믿을 겁니다. 술집 다니는 여자가 무슨 강간이냐고…. 그런 시선들이 두려웠습니다."

E씨는 여전히 고소할 생각이 없다.

'디스패치'는 박유천 사건을 추가로 취재했다. 4명 이상의 룸카페 종사자를 만났다. 모두 박유천을 고객으로 받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박유천을 인상적으로 기억했다. 음악, 특히 힙합을 좋아하고, 팁을 아낌없이 뿌리며, 술값을 시원하게 계산하는 고객이라는 것.

여기에 하나 더. 그들이 기억하는 공통점은 또 있었다. 바로 ▶ <밴드>▶ <화장실>이었다.

F·G씨가 말했다.

"밴드가 시작될 때, 화장실로 가더라고요. 파트너를 데리고요.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몰라요. 밴드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거든요."

F와 G씨는 텐카페에서 일하는 여성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격담을 그대로 전했다.

박유천의 패턴은 비슷했다. 밴드가 들어오고, 노래가 울리면, 화장실로 간다. 이때 파트너를 (화장실로) 부른다. 단,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박유천이 (화장실로) 들어가자, 일행들은 웃더라고요. 그들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나봐요. 우리는 짐작만 할 뿐, 알 수 없죠."

F·G씨에게 박유천 논란을 물었다. 답변은 비슷했다. 박유천은 손님이라는 것, 그리고 앞선 여성들은 술집 종사자라는 것. 이른바, 신분(?)의 한계다.

이들은 성폭행 유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분명, 주먹을 휘두르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관계는 자발적일까? 이 부분에서는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어떤 언니는 좋아서 하겠죠. 하지만 분명 아닌 언니도 있을거에요. 그래도 박차고 나오긴 힘들겁니다. 이 일을 하니까요. 여러 생각이 들겠죠."

종사자 H씨는 이를 '공포감'이란 말로 설명했다. 누가 도와줄 것인가, 누가 믿어줄 것인가, 누가 이해해줄 것인가…. 그래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H씨는 '디스패치'에 "화장실 밖에는 일행들이 앉아 있다. 위압감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폭행에 대한 무서움이 아닌 보호받지 못할거라는 두려움이다"고 전했다.

만약, 관계를 뿌리치고 나왔다면? 그 때의 '공포'는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비아냥거리겠죠. 고소요? 꽃뱀으로 몰지 않을까요? 돈 벌러 나온 주제(?)에 무슨 개념이냐고 하겠죠. 그래서 저는 (신고 등의) 엄두를 못낼 것 같아요."

이는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이유와 비슷하다.

'디스패치'는 A씨의 측근이 주변과 나눈 SNS 메세지 일부를 입수했다.

"사건의 증인이라고 해봤자 룸 안에 10명 뿐이야. 싸워봐야 신상만 털리고 좋은 거 없다고 생각했어." (카톡 대화 中)

박유천 사건은 진행중이다. A,B,C,D씨는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A씨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말을 바꾼 상태다.

A,B,C,D씨는 꽃뱀으로 몰리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 밤에 나간다는 것, 업소에서 일한다는 것, 그래서 쉬운 여자라는 선입견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사건의 법적 기준은 성폭행 유무다. 하지만 숨은 본질은 따로 있다. 박유천의 습관, 박유천의 태도는 당연한걸까.

마지막으로, I씨의 이야기다. 그는 룸살롱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다. I씨는 '습관'이라는 말을 꺼냈다. 어쩌면, 문제의식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텐프로나 텐카페는 기본적으로 2차가 없습니다. 성매매가 금지에요. 아가씨를 꼬셔서(?) 해결하겠다는…. 그 재미로 찾는 손님도 있습니다."

E씨는 룸살롱 화장실에서 당할 뻔 했다. F와 G씨는 박유천의 또 다른 화장실行을 목격했다. 모두 이번 사건과 다른 날에 일어난 일들이다.

"박유천이 재수가 없어서 (꽃뱀에) 걸렸다고요? 일종의 습관 아닐까요? 그동안 많은 시도가 있었고, 결과도 있었겠죠. 그러다 A,B,C,D 등도 만난겁니다."

'꽃뱀'이 등장하고, '조폭'이 나타나고, '5억설'이 나돌았다. 반면, 그들이 먼저 '보상'을 논했고, '아버지'(백영두·前양은이파 간부)를 내세운 일은 숨기고 있다.

박유천 논란은 어느새 번외 게임으로 번졌다. 박유천은 새로운 프레임 속에서 '피해자'로 둔갑했다. (업소녀에게) '당했다'는 동정론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유천에게 위협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여성도 있다.

결국 빌미를 제공한 건, 박유천 그 자신이다. 그가 룸살롱에서 당연히 여기는 습관들…. 지금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