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부산=정태윤기자] 배우 김민하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제를 누볐다.
지난 6일 개막식 단독 사회를 시작으로 개막작으로 선정된 '낮과 밤은 서로에게', 온스크린 섹션의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그리고 액터스 하우스까지.
이 자리는 그가 스무 살 때 처음으로 영화제에 와서 꿈을 꾸던 자리였다. 친언니에게 연락해 "지금 꿈꾸는 기분"이라며 얼떨떨해 하기도 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김민하의 꿈을 이룬 무대이자, 또 다른 꿈을 꾸게 해준 문이었다.
"저는 항상 꿈을 꿔왔어요. 막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꿈이 없었으면 조금 건조하게 살았을 것 같아요. 역시 꿈을 꾸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민하가 8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에 참여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으며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눴다.
데뷔 10년 차다. 단역과 독립영화로 차근차근 내공을 쌓았다. 배우 인생에 전환점을 맞게 해준 작품은 애플TV '파친코'(2022·2024년)다. 시골 소녀에서 엄마가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섬세히 표현했다.
이 작품으로 2022 아시안아메리칸어워즈 TV 부문 신인상과 2025 서울 드라마어워즈 국제경쟁부문 여자연기자상을 받았다.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김민하는 "2020년에 촬영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신인이 캐스팅됐으니 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거론됐다. 예상치 못한 관심을 경험하고 1년간 쉬었다"고 떠올렸다.
그 1년간 소속사에 들어가거나 작품을 찍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걸음 떨어져서 자신을 객관화하는 시간을 1년 더 가졌다.
그는 "한국에서 어떻게 발을 붙이고 안정적으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파친코'를 공개한 지 4년이 지났는데,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난 4년을 걸어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민하는 지난 4년에 대해 "선을 정하고 결정하는 것의 반복이었다"고 떠올렸다. "가치관을 성립하고 객관화하고 다시 일하기를 계속해서 반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N '태풍상사'로 첫 16부작 시리즈 주인공을 맡았다. '파친코' 선자에 이어 또 다시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연기했다.
그는 "저희 외할머니가 선자의 시대를 살았고, '태풍상사'는 저희 부모님이 살았다. 그래서 정말 많은 걸 물어봤다. 그 시대로 돌아갈 순 없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로 돌아갈 순 없지만, 우리의 기억과 감각을 되돌릴 수 있구나. 그걸 선사해 주는 게 우리의 일이구나 느꼈다"고 부연했다.
차기작을 꾸준히 쌓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와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를 선공개했다.
김민하는 "'낮과 밤은 서로에게'에서 제가 맡은 유진은 본인이 꿨던 꿈을 친구에게 해주는 사람이다. (영화가) 하루에 지나가는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놓은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하면 됐었어요. 촬영도 딱 이틀 했는데, 요란하지 않고 소동 하나 없이 촬영한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현장입니다."
반면 '꿀알바'는 상반되는 느낌의 이야기다. 김민하는 "판타지, 호러, 스릴러, 블랙코미디가 다 있는 느낌"이라며 "날것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배우로서의 버킷리스트를 묻는 질문에는 "'루시'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공상과학 액션을 해보고 싶다"며 "사실 50~60년 오래오래 쭉 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데뷔 10년 차, 오래오래 가기 위한 단단한 마음도 생겼다. 그는 "연기를 시작했을 땐 남의 시선이 더 중요했다. 내 자아가 뭔지 전혀 모르고 연기를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의 말에 움직이니 쉽게 무너지기도 했다. 연기를 왜 하는지 이유를 모를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연기를 놓지 않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버티니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건 남의 시선이었어요. 나의 확신이 점점 강해지면서 남의 말을 듣는 것이 재밌고 포용력이 생겼죠. 지금은 (남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한 욕구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또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길게 가는 배우를 꿈꾼다. 김민하는 "한 방을 노리기보단, 꾸준히 오래 하다 보면 제가 원하는 게 저에게 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전력질주가 맞는 타입도 아니다. 제 속도대로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이 시간이 부산 마지막 일정이다. 이제 꿈을 깨고 내일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다"며 "여러분은 부산에 계시는 동안 계속해서 꿈을 꾸고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도 하고 일탈도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