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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얼굴이 궁금하도록"…김고은, 배우라는 숙명 (액터스 하우스)

[Dispatch | 부산=유하늘기자] "김고은에게 또 새로운 얼굴이 있을까?"

배우 김고은은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만든다. 때로는 사랑스러운 청춘으로, 때로는 상처 품은 인물로 변신한다. 매 작품 다른 얼굴을 꺼내며 연기의 폭을 넓혀왔다.

그 변화에는 치열한 고민이 숨어 있다. 김고은은 인물의 감정부터 작은 몸짓까지 파고든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낸다.

김고은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했다. 연기를 향한 고민을 나누고, 배우로서 걸어온 시간을 돌아봤다.

김고은은 캐릭터를 만날 때 가장 먼저 내면을 들여다본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도 그랬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재희는 거칠고 자유분방한 인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을 지키려는 불안과 서툰 마음이 숨어 있었다.

"재희는 날생선처럼 파닥파닥거리는, 정말 날것의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내면을 들여다보니 자기방어가 보였습니다. 이제 막 성인이 돼 시행착오를 겪는 친구였죠."

재희를 향한 이해는 애정으로 이어졌다. 김고은은 "재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친구 같았다. 좋은 언니가 되어 알려주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늘 작품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대도시의 사랑법'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이 인물을 꼭 세상에 꺼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저였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재희에게서 자신의 20대도 발견했다. 김고은은 "재희와 저는 2010년에 대학에 입학한 동갑내기"라며 "20대에는 누구나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한 불안과 혼란을 느낀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저도 비슷한 감정을 지나왔다"고 공감했다.

외형적인 이미지도 인물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김고은은 대본을 처음 읽으면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인물의 삶과 맞닿아 있는지를 검증한다.

그는 "대본을 읽으면 먼저 그림이 그려진다. 왜 그런 모습이 떠올랐는지 다시 대본을 파고든다"며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때 감독님께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자백의 대가' 속 모은의 짧은 머리도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김고은은 "감독님께서 숏컷을 너무 강하게 느끼실까 봐 걱정했다"며 "'짧은 머리에서 드러나는 목선이 오히려 인물의 연약함을 보여주지 않을까요?'라고 설득할 말을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파묘'에서는 직업적 전문성에 집중했다. 무속인 화림을 표현할 때 가장 경계한 것은 어설픔이었다. 그는 "화림은 직업의식이 투철한 인물이다. 일할 때는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다"고 말했다.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독 능숙한 사람은 미세한 차이가 있죠. 그 작은 제스처로 화림을 완성하려 했어요. 어설픈 모습이 조금도 나오지 않도록 집착했습니다."

김고은은 촬영 전과 현장에서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막상 촬영장에 들어서면, 그 부담을 내려놓으려 한다.

그는 "현장에 가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많이 괴롭힌다. 대신 촬영장에서는 풀어두는 편"이라며 "스태프나 감독님들이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씀하실 정도"라고 전했다.

그 비결은 마음의 여유다. 단순히 경력이 쌓이거나 나이가 든다고 자연스럽게 생기는 능력은 아니라고 봤다. 김고은은 "스스로를 조금 더 여유롭게 내버려두는 훈련을 거쳤다"고 밝혔다.

"힘든 감정을 외면한다고 사라지지는 않더라고요. 결국 쌓여서 엉뚱한 곳에서 터지기 마련이죠. 지금은 그 마음을 인정하고, 충분히 느낀 뒤 털어내려고 합니다."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을 통해서는 20대부터 40대를 모두 연기했다. 김고은은 세월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과장된 분장보다는, 경험과 분위기로 보여주려 했다.

그는 "외형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현실과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대신, 인물의 분위기와 아우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고민했다"고 짚었다.

직업의 변화도 중요한 단서였다. 30대의 은중은 현실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PD다. 40대에는 많은 일을 겪고, 한발 물러서서 글을 쓴다. 김고은은 직업과 삶의 경험에 따른 변화를 표현하려고 했다.

김고은은 데뷔 초 선배들에게 배운 가르침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제 역할을 해내기도 벅찼다. 전체를 보는 눈이 없었다"며 "그때마다 선배님들이 장면의 목적과 중심을 알려주셨다"고 회상했다.

그 경험은 지금의 연기 철학으로 이어졌다. 그는 "모든 인물과 조화를 이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상대를 위한 자리를 내어주고,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키웠다"고 전했다.

김고은에게 '유미의 세포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시즌3까지 이어진 작품이자, 자신의 30대를 열어준 이야기다. 그는 "시즌1을 시작할 때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리는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시즌2까지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랐다"면서도 "막상 시즌3를 완성하고 나니 비로소 완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길 정말 잘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제작진과의 관계도 큰 힘이 됐다. 김고은은 "감독님과 5년 동안 호흡을 맞췄다.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가 됐다"며 "제게도 이런 동료가 생겼다는 사실이 대견했다"고 웃었다.

연이은 성과에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김고은은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지금 주어진 일들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매 작품 잘 해내고,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 증명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된다"고 강조했다.

"제 안에는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얼굴이 많아 남아 있습니다. '김고은에게 또 새로운 모습이 있을까?' 하고 계속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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