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오르막길 있으면 내리막길 반드시 찾아온다 / 위기는 나에게 기회일 뿐 / 짱구 굴리지 말고 냅다 갈겨라 / 인생이 뭐 별 거 있나'('냅다 갈겨라' 中)
운전하다 우연히 흥얼거린 멜로디가 노래가 됐다. 가수 송프로(본명 송경서)의 데뷔곡 '냅다 갈겨라'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시합만 나가면 무너지는 제자들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는 곧 필드로 번졌다. 이제는 초등학생 골퍼들이 대회장 가는 차 안에서 틀어놓는 '멘탈 송'이 됐다.
가수 송프로의 이야기다. 그는 KPGA 프로골퍼이자, 가수다. 지난 5일 SBS 라이프 '더 트롯쇼'에 출연했다. 현실적인 가사와 유쾌한 무대 매너로 분위기를 달궜다.
30년 넘게 골프채를 잡은 프로가, 어떻게 마이크를 잡게 됐을까. '디스패치'가 지난 2일 송프로를 만났다. 현역 프로골퍼의 가수 데뷔, 그 유일무이한 행보를 들었다.
송경서 프로는 지난 1993년 한국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1999년 KPGA에 입회, 현재는 JTBC 골프에서 중계방송 해설위원과 레슨 방송을 하고 있다.
그는 골프계에서 '퍼팅의 대가'로 통한다. 이보미, 안선주, 이미림, 조우영, 허석호, 이민영, 서연정, 신다인 등을 가르쳤다. 지금은 88CC에서 선수 전용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건 3년 전, 가족을 갑자기 떠나보내면서다. "'열심히 살아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 증세와 우울증도 왔다"고 털어놨다.
이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예전엔 인상도 날카롭고, 선수들 가르칠 때 화도 많이 냈다. 요즘은 '죽는 거 아닌데 뭐' 하는 마음이 많이 쌓인 것 같다. 안 돼도 괜찮고, 잘되면 좋다는 마인드"라고 말했다.
그 마음을 데뷔곡 '냅다 갈겨라'에 녹였다. "죽는 것도 아닌데 그냥 (공을) 치면 되는데 왜 이렇게 겁내나 싶어 만들게 된 곡이다. '인생 뭐 있냐', 딱 그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곡을 만든 계기는 제자들이었다. "잘 치다가도 시합만 나가면 멘탈이 무너지는 친구들이 있다. '냅다 갈기면 되는데, 인생 뭐 있냐' 하고 흥얼거렸고, 그걸 작곡가 친구 아빈이가 노래로 만들어줬다"고 전했다.
사실 처음엔 곡을 고사했다. "저한테는 과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다른 트로트 가수에게 주자고 했는데, 작곡가가 '이건 형의 인생을 담은 노래니까 형이 해야 한다'고 말해주더라. 그렇게 녹음했다"고 말했다.
가수 도전도 두려워하기보다, '냅다 갈긴' 셈이다. "냅다 갈기게 된 거다(웃음). 인생이 항상 그렇다"며 "(가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제 안에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첫 무대는 아쉬움뿐이었다. 강원 춘천 라비에벨 골프&리조트 듄스코스에서 열린 '듄스夜댄스야'였다.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준비가 모자랐던 거죠. 골프로 치면 '머리 얹으러' 간 게 됐죠.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너무 바보 같더라고요. 프로골퍼도 아니고 가수도 아닌 것 같았어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데 혼자 점잔 뺀 것 같아 후회했죠."
가족들이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줬다. "트로트 방송을 틀어 놓으면 딸들이 '아빠 노래가 더 좋은데 왜 안 나와?' 한다. 그럼 '아빠는 아직 아니야' 하고 답한다"고 말했다.
골프계 반응도 좋다. "가르치는 사람 이미지가 가벼워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주변에서 오히려 좋아해준다. 운동하는 사람은 톱클래스를 찍어야 인정받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어느덧 데뷔 1년이 지났다. 송프로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지만, 진실되게 하려고 한다"며 "노래하면서 골프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두 분야는 평생 배워야 한다는 게 닮았다는 것. "골프는 끝난 것 같아도 계속 고칠 게 나온다. 친구 케이윌도 아직 노래 부르는 방법을 연구하더라. 노래도 골프도 계속 갈고 닦아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트로트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트로트가 재밌다. 저는 나이도 있으니까 인생 얘기를 섞어서 노래하고 싶었다. 1년에 한 곡씩, 제 생활이 담긴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팬도 생겼으면 좋겠다"며 "팬 없이 무대에 가니까 다른 가수 팬분들이 빨리 내려오라고 하더라. 그때 오기가 생겼다. 열심히 해서 팬을 만들고 싶다"고 웃었다.
송프로는 활동 수익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수익이 나기도 전에 사비를 냈다. "잘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해도 된다는 게 얍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000만 원을 대한골프협회 등에 먼저 기부했다"고 말했다.
"음원 수익은 사실상 마이너스지만,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며 살고 싶어요. 골프 하나로 먹고살았는데, 정작 골프계를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요즘 남자 프로 대회가 인기가 없는데, 적은 돈이지만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프로로서의 목표도 남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제 힘으로 키운 선수를 데리고, 여자면 LPGA, 남자면 PGA 무대에 한번 같이 가고 싶다. 우리나라는 선수가 잘되면 코치가 바뀐다. 외국처럼 끝까지 인간적으로 함께 가는 사제가 돼보고 싶다"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1호 팬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제자가 바닥부터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듯, 지금부터 저를 쭉 지켜봐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좋은 가수도 많은데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계속 같이 갈 수 있는 가수가 될게요."
<사진=이승훈기자(Disp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