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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의 음감] 클로즈 유어 아이즈, 낯선 음악으로 다정하게

몇 번이나 귀가 번쩍 뜨였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네 번째 미니 앨범 '256th 노트(256th Note)'를 들으면서다. 다시 듣고 싶은 소리, 오래 들어도 피로하지 않은 일곱 곡이 서정적인 팝의 세계를 펼친다. 선공개 싱글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기대감이 앨범 전체에서 좀처럼 식지 않았다. 재즈와 힙합, 컨트리와 보사노바를 오가는 풍성한 장르와 연주 가운데 소년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낯선 음악을 소화하느라 잔뜩 힘이 들어가 있지도 않고, 어른스러운 표정을 애써 지어 보이지도 않는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지금까지 들려준 케이팝의 매력을 더 넓히는 작품이다.

'오픈 유어 아이즈'를 먼저 듣고 앨범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앨범의 테마는 재즈다. 재즈의 자유로운 즉흥 연주와 부드러운 리듬 전환을 그룹의 장기로 가져오겠다는 포부다. 재즈 듀오 도미 앤 제이디 벡(DOMi & JD BECK)의 재빠른 호흡이나 밴드 에즈라 콜렉티브 (Ezra Collective)의 흥겨운 합주가 떠오르는데, 절제된 무드를 이끄는 멤버들의 가창을 요한킴의 피아노와 제이콥 스케스니의 색소폰 연주가 생생한 움직임으로 보조한다. 특히 요한킴은 SM의 클래식 & 재즈 레이블 SM클래식 소속으로, SM의 클식 혹은 재즈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었던 케이팝 팬이라면 그들의 재즈 편곡이 하나의 싱글로 완성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오픈 유어 아이즈'가 앨범을 예고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앨범 전체 수록곡이 일치감 있게 정돈되어 있고, 그 공통의 주제는 즉흥적이면서도 정제된 차분한 분위기로 매듭지어진다. 한국 최초의 재즈 펑크(Funk) 곡으로 평가받는 윤시내의 '이 밤을 즐겁게'를 샘플링한 '드롭 댓!(Drop That!)'을 들어볼까. 뉴 잭 스윙을 연상케 하는 탄력 속에 힙합과 하우스 음악의 차분한 결합을 실현한 트립합이 들린다. 오래된 재즈의 질감을 반복되는 비트와 엮어 댄서블한 리듬을 만드는 것은 영국 재즈 랩 그룹 US3의 '칸타루프(Cantaloop)'와도 접점이 있다. 이국의 감각을 한국 가요의 기억과 함께 엮어 춤을 추는 전략이 오늘날의 보이그룹에게 제법 잘 어울린다.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피아노 루프 기반의 힙합곡 '바이브 체크(Vibe Check)'에서 일본의 힙합 프로듀서 누자베스(Nujabes)의 이름을 떠올리기가 어렵지 않다. 이어지는 '슬로울리 블리드(Slowly Bleed)'에서는 스틸 기타의 컨트리적인 정취와 힙합의 리듬, 후반부 잔향 가득한 소리로 뿌옇게 감정을 채우는 실험적인 면모를 들려준다. 텅 비어 있는 오선지 위에 잉크를 머금은 만년필을 가져다 대는 것처럼, 음악의 윤곽이 서서히 번져 나가면서 앨범의 감정도 깊어진다.

정교하게 설계된 음악 요소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있다. 달콤한 로파이 풍의 알앤비 곡 '풀 포 유(Fool For You)'의 목소리를 섬세하게 받쳐주는 피아노와 브라스 연주라든지, 싱어송라이터 주혜린이 참여한 '베이비 보사 노바(Baby Bossa Nova)'가 기타 리프에 보사 노바의 흔적을 남긴 채 속도감 있는 팝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팬 송 발라드 '이터니티(Eternity)'로 여러 취향을 거쳐 차분하게 팬들에게 돌아오는 구성도 마음에 든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다양한 음악 장르를 건드리면서도 그 방식이 억지스럽지 않다. 음악으로 듣는 문학 콘셉트를 의도했던 '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부터 음악의 중심에 선명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감수성을 담고 있는 덕이다. 절제된 'X'에 스며든 재즈의 터치, 세계적인 전자음악가 이만벡(Imanbek)이 함께한 'SOB'의 거친 리듬도 일관성이 있었다. 그동안의 시도가 '256th 노트'에서 촘촘하게 이어 붙여진다. 주변의 풍경이 달라져도 팀의 윤곽이 또렷해지고 있다.

이쯤에서 그룹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이해인 디렉터의 이름을 꺼내고 싶다. 이해인의 취향이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믿고 듣는' 신뢰를 얻은 비결은 섬세한 관찰이다. 담당 가수가 무엇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핀 뒤 음악과 이미지를 고른다. 프로듀서의 이름보다 먼저 팀의 성격을 떠올리게끔 하는 전략이다. 과거 키스 오브 라이프를 담당할 때 이해인 디렉터는 무대 위 자신감과 각 멤버의 개성을 강하게 각인하는 방식으로 인물의 매력에 집중했다. 오랜 연습생 생활과 가수 활동 경력은 케이팝 멤버들에게 실제 성격과 동떨어지지 않은 캐릭터를 부여하며 무대에 서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완성된다.

보이그룹 클로즈 유어 아이즈를 담당할 때는 그 시선을 더욱 거시적으로 적용한다. 전민욱, 마징시앙, 장여준, 김성민, 송승호, 켄신, 서경배 각 멤버는 개성이 뚜렷하다. 좀처럼 겹치지 않는 캐릭터가 선명하다. 반대로 목소리는 함께일 때 더 매력이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7'를 거쳐 기획된 그룹인데도 마치 처음부터 이 팀으로 만들어져야 했다는 듯 팀의 콘셉트와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 무대에 어떻게 설 것인가, 어떻게 대중에게 알려질 것인가를 이해하는 디렉팅이다.

최근에는 그 시선이 솔로 가수에게도 닿았다. 이해인이 공동 설립한 기획사 올마이애닉도츠에서 발표한 러블리즈 출신 솔로 가수 류수정의 '올 더 컬러스 아이 앰(All the Colors I Am)'이다. 이해인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히스 노이즈가 음악 프로듀서를 맡은 이 작품에서 류수정은 그간 솔로 활동에서 나열했던 여러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류수정의 음악 과제는 인디 팝을 향한 분명한 취향에 러블리즈 시기부터 허스키한 음색으로 연약한 감정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순간을 더하는 것이었다. '다이아몬드(Diamond)'의 사이키델릭한 질감과 '프렌들리 파이어(Frendly Fire)'의 드림 팝은 류수정의 목소리에 서늘한 빛을 드리운다. 연약함을 품은 음색 안에서 날카로운 감정이 드러나고, 차가운 공간 덕분에 작은 떨림과 망설임까지 가깝게 느껴진다. '자신만의 음악을 꾸려가는 가수로 더 알려져 보자'는 이해인의 제안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슈다 우다 쿠다(shoulda woulda coulda)'의 뮤직비디오 속 러블리즈부터 솔로 아티스트로의 성장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 애정이 듬뿍 느껴진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와 류수정, 올마이애닉도츠에서 느끼는 안온함에는 공통점이 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다정한 멜로디를 좋아하던 케이팝 팬이 재즈 연주에 관심을 두고, 류수정의 오래된 팬이 익숙한 음색에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순간 중에 의도적이거나 강제적인 지점은 하나도 없다. K팝에 으레 요구되는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나 과시적인 프로덕션은 이해인의 문법이 아니다. 어떤 장르와 특정 스타일에 꽂혀 있어서 직진하는 태도와도 거리가 멀다. 케이팝을 이해하는 케이팝 디렉터의 친절함으로부터 기대를 허락하는 여유가 배어 나온다. 새로움을 설명하는 말이 넘치는 케이팝 시장에서 이런 세심한 세계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 zener1218@gmail.com

<사진출처=언코어>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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