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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씨부인은, 어떤 심정일까?"…손예진, 욕망의 뒤틀림 (스캔들)

[Dispatch=유하늘기자] "조씨부인은 대체 무슨 심정이었을까?" (손예진)

사랑했던 남자와 재회한다.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대신, 엉뚱한 내기를 제안한다. 다른 여자를 유혹해 보라는 것. 정작 그가 진짜 사랑에 빠지자, 질투하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조씨부인은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손예진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이 여자는 왜 이런 말을 할까', '왜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할까'.

"촬영하는 동안 숙제하듯 연기했어요. 대본이 나올 때마다 감독님께 '조씨부인은 무슨 감정일까요?'라고 물었죠. 지금도 100% 이해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사랑과 질투, 선망과 열등감, 욕망과 결핍…. 손예진은 모순된 감정이 뒤엉킨 것 자체가 조씨부인이라고 받아들였다.

'디스패치'가 지난 29일 손예진을 만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마주한 낯선 여자, 조씨부인을 이해하기 위해 풀어낸 숙제들을 들었다.

◆ 내기의 이유

'스캔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조씨부인이 연애꾼 조원(지창욱 분)과 위험한 사랑 내기를 벌인다. 청상과부 희연(나나 분)이 얽히며 세 사람의 관계가 뒤틀린다.

조씨부인은 첫사랑 조원과 오랜만에 만난다. 그럼에도 그리움을 털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희연의 마음을 뺏어 보라고 제안한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마음과 다른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스스로 '내가 왜 그랬지?' 싶을 때도 있다. 손예진은 조씨부인의 내기도 그런 순간이라고 봤다.

"(조씨부인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으면 됐을 텐데요. 감추면서 모든 게 어긋나기 시작했죠 그 뒤틀림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조원에 대한 마음도 사랑 하나로 정의하지 않았다. 조원은 조씨부인의 글 동무였다. 자신의 꿈을 나눌 수 있는 존재였다. 동시에,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게 사랑인가? 사랑만은 아닌 것 같은데' 생각했어요. 애증과 복수심도 있었겠죠. 조씨부인의 복잡한 감정이 매력적이면서도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 시대가 만든 욕망

조씨부인을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열쇠는 시대였다. 조선은 개인보다 가족, 공동체가 앞서던 사회였다. 특히 여성에게는 수많은 제약이 따랐다.

조씨부인은 재능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를 펼칠 기회가 없었다. 정숙한 사대부가 여인이라는 틀 안에서 살아야 했다. 손예진은 그 억압이 조씨부인의 결핍을 만들었다고 해석했다.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멋지게 자아실현을 했겠죠. 그런데 그 시대에는 펼칠 수 없었어요. 감춰야 하니 삐뚤어지고, 결핍도 생긴 거죠."

손예진은 지금이기에 조씨부인의 감정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결혼과 육아를 거치며 삶을 바라보는 시야도 달라졌다.

"20~30대였다면 결국 상상으로만 연기했겠죠. 지금은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였어요. (웃음)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을 감정도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24년 만에 다시 사극을 선택했다. 조씨부인만의 다층적인 감정에 끌렸다. 손예진은 "그 시대 여성의 삶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고 돌아봤다.

◆ "안희연이 되고 싶었다"

조씨부인은 희연에게 "나도 안희연이 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평생 속내를 감춰온 인물이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꺼낸 순간이다.

희연은 조씨부인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인물이다. 정절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었지만, 사랑을 알게 된 후 달라진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한다.

조씨부인은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욕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손예진은 희연을 향한 감정에서 부러움을 읽었다.

"'짧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살고 싶다'는 희연의 솔직함이 부러웠어요. 조씨부인에게는 없는 용기잖아요. '나도 그렇게 살았다면 어땠을까'라는 회한이 있었겠죠."

결말에서도 조씨부인의 진심을 발견했다. 조씨부인은 결국 혼자 남는다. 늘 단정했던 얼굴도 무너진다. 손예진은 그 순간을 가장 솔직한 조씨부인의 얼굴로 받아들였다.

"늘 자신의 마음을 숨기던 사람이 비로소 진짜 모습을 드러낸 느낌이었어요. 편지 역시 마찬가지였죠. 처음으로 솔직한 마음을 꺼낸 순간이었습니다."

◆ 새로운 얼굴

'스캔들'을 향한 반응은 엇갈렸다. 원작 영화의 팽팽한 긴장감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늘어진 전개 탓에 인물의 감정선도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손예진도 호불호는 예상했다. "요즘에는 자극적이고 빠른 이야기에 익숙하다"며 "'스캔들' 시리즈는 호흡이 느리다. 새롭게 더한 연출도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도전에 대한 후회는 없다. 손예진은 익숙한 로맨스에서 벗어나 욕망과 결핍이 뒤엉킨 인물을 연기했다.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의 폭도 한층 넓혔다.

"예전부터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제는 역할에 경계를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얼굴도 있으니까요. 그런 모습을 하나씩 꺼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의 의미는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선명해질 때가 있다. 손예진에게 '스캔들'이 그렇다. 그는 "다음에 또 다른 사극을 하게 된다면, 이번 작품이 그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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