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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깨트릴 것, 다시 더할 것"…정은채, 연기의 파도 (재벌X형사2)

[Dispatch=이아진기자] "새로운 파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은채에게 SBS-TV '재벌X형사2'는 도전이었다. 처음 맡은 시즌제 작품, 게다가 시즌2부터 투입되는 인물이었다.

이미 단단하게 자리를 잡은 세계관에 들어가 존재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존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에 새롭게 합류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반면 단단한 팀워크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요.“

정은채는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 첫 번째가 스며들기. “현장과 작품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다음,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다. 진이수와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과거 (자신이) 연기한 형사와 어떤 차별점을 둘지, 그렇게 캐릭터 노트를 채웠다.

◆ 반가운 형사, 낯선 자리

'재벌X형사2'는 재벌 형사 진이수(안보현 분)와 강력팀의 공조 수사극이다. 정은채는 시즌2에 새롭게 등장한 강력팀장 주해라 역을 맡았다. 냉철한 판단력과 경험으로 팀을 이끄는 인물이다.

부담은 적지 않았다. 시즌1이 큰 사랑을 받은 데다, 이미 완성된 팀에 새 인물로 들어가야 했다. 기존의 호흡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주해라만의 색을 보여줘야 했다. 그럼에도, 캐릭터의 '조용한 카리스마'에 끌렸다.

"주해라는 자신의 선택과 말로 팀을 움직이지만, 그 전에 팀원들을 믿고 한 번 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요. 그의 인간적인 내공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형사 역할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과거 패기 넘치는 막내 형사와 달리, 강력팀을 이끄는 위치였다. 사건을 대하는 태도부터 사람을 품는 방식까지 달리 해야 했다.

"전작 ‘손 더 게스트'(2018)에선 막내 형사였죠.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낄 만큼 거칠게 부딪혔죠. 반면 주해라는 팀장이잖아요. 여유와 연륜이 묻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은채는 계속해서 파도를 일으킬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다. 그는 "분위기를 환기하면서도, 저와의 호흡을 통해 기존 인물들이 전보다 다채롭게 보였으면 했다"고 짚었다.

◆ 카리스마 속 응어리

진이수와의 관계에서부터 차이를 두고자 했다. 이강현이 진이수와 티격태격 부딪히며 점차 가까워지는 파트너였다면, 주해라는 직속상관이라는 위치를 보다 강조했다.

주해라의 성향을 진이수와 정반대로 잡았다. 자유분방하고 직감적으로 움직이는 진이수와 달리,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앞세운 것.

"이강현과 주해라는 초반에는 서로의 방식이 낯설고 어색한 관계예요. 하지만 사건을 해결해 갈수록 서로를 인정하게 되죠. 그래서 두 사람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라는 게 가시적으로 보였으면 했어요."

주해라는 과거와 내면이 자세히 설명되는 인물은 아니다. 대신 중간중간 드러나는 행동과 분위기로 사연을 짐작하게 해야 했다. 정은채는 특히 주해라의 집 세트에서 힌트를 얻었다.

"주해라의 집 세트에 처음 갔을 때 인물이 더 선명하게 보였어요. 겉으로는 모든 게 정돈돼 있는데, 한쪽 벽면은 사건 자료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그 벽을 보는 순간 주해라가 안고 있는 과제와 내면이 느껴졌죠."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에너지를 안으로 누르는 쪽을 택했다. 스타일링에도 이런 특징을 녹였다. 정은채는 "스타일링보다 인물 자체가 돋보였으면 했다. 그래서 의상과 메이크업에 최대한 힘을 뺐다"고 털어놨다.

◆ 파도의 끝에서 마주친 나

그렇게 정은채는 시즌2에 제대로 파도를 일으켰다. 기존 팀의 관계에 변화를 더했고, 진이수와는 또 다른 공조를 완성했다.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 11.8%를 찍으며 마무리 됐다. 다음 시즌으로 이어질 동력까지 남긴 것.

그 파도는 작품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정은채는 그동안 유독 주체적이고 단단한 인물을 자주 맡아왔다. 이번에 주해라까지 거치면서 자신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됐다.

"처음에는 저도 계속 강한 역할에 캐스팅 되는 점이 의문이었요. 제가 그런 강한 면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비슷한 인물들을 계속 연기하다 보니 '나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특히 자신의 판단을 믿고 밀고 나가는 태도가 크게 와닿았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혼자 '네'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였다. 정은채는 "저는 평소에 의견을 강하게 내는 편이 아니"라며 "주해라를 통해 배우고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파장은 현장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닿았다. '재벌X형사2' 촬영장의 따뜻한 분위기에서는 시즌1부터 쌓인 배우들의 호흡이 느껴졌다. 정은채 역시 그 흐름 안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좋은 구성원으로 남고 싶었다.

"현장의 온도가 정말 따뜻했어요. 보현 씨가 촬영장의 중심을 잘 잡고 있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약속을 잘 지키면서 성실함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죠.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제 몫을 다하고, 함께한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 "새로운 얼굴을 기다린다"

정은채는 '아너'의 강신재에 이어 '재벌X형사2'의 주해라까지, 연달아 단단하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을 소화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반대편의 얼굴에도 눈이 가기 시작했다.

"애교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사석에서는 밝고 귀엽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거든요. 로맨틱 코미디처럼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형사나 재벌처럼 설정이 강한 인물보다 현실에 발붙인 역할을 바랐다. 그는 "멋있고 예쁘고 잘생긴 필터를 걷어낸, 민낯에 가까운 모습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커진다"고 했다.

다만 원하는 캐릭터만 좇지는 않을 생각이다. 기준은 여전히 작품성이다. 좋은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바라던 얼굴을 만나고 싶다.

그만큼 차기작 선택을 서두르지 않으려는 듯했다. 그렇지만 연기를 향한 애정만큼은 쉽게 누를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대중들에게 계속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작품이라는 게 운명처럼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작품을 상상하다 보니 빨리 또 현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밀려옵니다."

<사진제공=프로젝트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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