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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피땀눈물이, 청춘이다"…포핸즈, 성장의 연주

[Dispatch=이아진기자]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소년이 피아노 앞에서 가까워진다. 네 손을 맞추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우정을 쌓는다. 음악으로 감정을 쌓는 드라마, tvN '포핸즈'의 이야기다.

모차르트의 '작은 별'은 풋풋한 우정을 연주한다. 반면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이들의 관계에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때론 대사를 대신한 선율이 인물의 마음과 상황을 대변하기도 한다.

단, 아름답기만 한 청춘물은 아니다. 재능 위에 가족의 압박과 경쟁, 시기와 욕망이 겹겹이 얽힌다. 그 틈으로 어른들의 집착까지 파고든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위태롭게 흘러간다.

'포핸즈'는 이런 서사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감각적인 연출로 장면마다 변주를 주고,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더해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깊은 관계성과 장르적 재미를 균형 있게 살려냈다.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포핸즈'는 두 피아니스트 최정요(이준영 분)와 강비오(송강 분)의 우정을 그린다. 두 사람은 경쟁자로 만나 점차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된다.

성격은 정반대다. 최정요는 가진 것 없이 재능만 타고난 천재다. 비오는 자신의 재능에 대한 불안 속에서 늘 가족의 압박에 시달린다. 각자 상대에게 없는 것을 지닌 만큼 부딪히면서도, 상대의 결핍을 가장 잘 알아보는 사이가 된다.

이들은 함께일 때 온전히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포핸즈 역시 한 사람의 연주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상대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나의 곡이 된다. 드라마는 이 관계를 음악과 맞물리는 네 손으로 풀었다.

이준영과 송강은 정반대의 캐릭터를 각자의 색으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먼저 이준영은 거친 에너지 안에 공허한 눈빛을 섞었다. 불우한 환경이 천재 피아니스트에게 남긴 그늘을 표현했다.

송강은 처연한 표현과 건조한 말투로 비오의 불안을 드러냈다. 집안에서는 의기소침하지만, 피아노 앞에서는 시선부터 달라진다. 집중과 광기가 뒤섞인 눈빛으로 완벽을 향한 집착을 보여준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앙상블이 살아난다. 각자 짙은 그림자를 안고 있지만, 서로를 마주하면 눈빛에서 독기가 걷히고 또래다운 얼굴이 나온다. 긴장과 친밀함을 오가는 호흡이 관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단순한 청춘물에 머물지 않게 하는 건 클래식이다. 배경음악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정요와 비오가 미처 말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하고, 관계의 변화를 들려준다.

비오가 할아버지 앞에서 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은 화려한 기교와 격정적인 전개로 유명한 난곡이다. 완벽함으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비오의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요의 연주는 결이 다르다.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에 루바토(박자를 자유롭게 늘이거나 당기는 연주법) 등을 더한다. 거친 선율을 자신만의 호흡으로 풀어낸다. 정규 교육보다 감각으로 건반을 익힌 정요의 자유로운 성향을 반영한다.

음악은 둘 사이의 변화도 보여준다. 정요는 모차르트의 '작은 별'을 재즈로 변주해 비오와 함께 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익숙한 선율은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경쟁자로 맞섰던 두 사람의 경계가 한없이 허물어지는 순간과 맞닿는다.

둘이 함께 연주하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제목부터 이후 서사를 예고한다. 정요는 이 무대로 재능을 세상에 드러내지만, 동시에 시기의 표적이 된다. 빈틈없이 맞물리던 합주는 이후 실종 사건까지 이어지는 불길한 전조로 작용한다.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클래식 연주 장면에는 감각적인 연출로 변주를 줬다. 카메라는 손가락의 움직임만 좇지 않는다. 시선과 호흡, 페달을 밟는 발, 손끝 사이의 거리까지 담아 같은 연주에도 매번 다른 감정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2화 '죽음의 무도' 연습 장면이 대표적이다. 비오와 정요의 손과 표정을 빠르게 교차하면서, 촛불은 번지듯 흐릿하게 잡는다. 거친 선율에 아련한 빛이 겹치며 묘한 온기를 만든다. 격렬한 합주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받는 두 사람의 관계를 시각화한 것.

노블리스 콘서트 신에서는 이 관계를 더욱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는 손과 페달, 숨결을 따라가다 손끝이 닿을 듯 가까워지는 순간을 클로즈업한다. 로맨스의 문법을 빌려 두 사람의 교감을 극대화한다.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건 비오의 콩쿠르 연주 장면이다. 비오는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에 손끝이 닳도록 연습한다. 혹독한 훈련 탓에 건반에는 피가 묻고, 땀방울은 턱 끝을 타고 흐른다.

연출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비오와 정돈된 오케스트라 무대를 교차해 보여준다. 극명한 대비가 단정한 외관 뒤에 숨은 비오의 광기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중반부를 넘어선 '포핸즈'는 9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정요와 비오는 각자의 자리에서 한층 단단해진 어른이 됐다. 음악가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성장한 모습이다.

하지만 서로의 앞에서는 묘하게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눈빛과 호흡에는 그 시절의 흔적이 묻어난다. 어른이 된 뒤에도 서로가 서로의 강렬한 청춘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두 사람을 갈라놓았던 실종 사건의 의문도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더해 클래식 청춘물에 긴장감과 속도감을 불어넣고 있다.

시청자 반응도 따라붙었다. 8화 시청률은 전국 기준 7.9%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두 사람이 어른이 된 뒤에는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또 어떤 음악이 흐를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출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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