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저는 언젠가 잊혀질 사람입니다. 일이 점점 줄어드는 날이 올 것이고요. 인간 자체로도 '(강동원이라는)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하는 분들도 생겨나시겠죠."
영화 '늑대의 유혹'(2004). 돌이켜보면, 등장부터 센세이셔널했다. 강동원은 그 우산 신 이후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활약했다. 무려 20년 동안, 얼굴뿐 아니라 연기로 ‘원톱’의 자리를 지켰다.
그 이후로도, 강동원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20년을 활약해왔다. 비주얼은 물론, 본인의 특화 분야도 찾았다. 한국에서 제일 액션을 잘 하는 배우라는 평가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강동원은 늘 초연하고 덤덤하다.
"데뷔 초, '늑대의 유혹'이 잘 됐을 때부터 항상 생각했어요. 나는 언젠가 잊혀질 거라고요. 지금도 물론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보다 (제가) 오래 가긴 하더라고요. (웃음)"
배우가 항상 잊혀짐을 의식한다는 것. 그건 역으로 말하면, 잊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강동원이 매 작품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유가 아닐까.
신작 '와일드씽'(감독 손재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익숙지 않은 힙합을 몸에 이식했고, 비주얼부터 자세까지 모든 걸 다 바꿨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힙합 스웨그를 뽐낼 정도였다.

◆ "1세대를 소환할 타이밍이다"
'와일드씽'은 코미디 영화다. 20년 전 가요계를 휩쓸었던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주인공. 이 세 사람이 다시 모여 공연장으로 향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을 그린다.
강동원은 극중 댄스머신 '황현우' 캐릭터를 맡았다. 예고편과 포스터부터 쇼킹하다. 강동원이 소위 '킹받는' 단발을 하고, H.O.T.와 젝스키스 시절 댄스를 선보인다. 그것도 아주, 잘 춘다.
사실, 이 시나리오는 과거 시리즈물의 대본이었다. 강동원은 "몇 년 전, 처음으로 이 대본이 제게 들어왔다"며 "그 때는 이 감성을 불러내기 빠르지 않나 생각했었다"고 회상했다.
"재작년에 이 대본을 다시 읽었어요. '지금 만들어야 한다', '이제 그 감성을 소환할 타이밍이 왔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게다가, 댄스가수와 아이돌의 이야기를 영화에서 해 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역할을 수락했다. 망가짐 혹은 도전의 두려움은 강동원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대본의 재미, 그리고 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했다.
"처음 대본 읽을 때부터 '이거 사람들 놀라겠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검사외전', '초능력자' 등에서도 했던 생각인데, 그보다 더 많이 놀라지 않을까 싶었죠. (대중 입장에서) 기분좋은 배신이랄까요?"

◆ "힙합인으로 살았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한국 액션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강동원을 일컬어, "한국에서 액션을 가장 잘 하는 배우"라 극찬했다. 액션 장인이 추는 춤은 어땠을까?
강동원은 "기본적으로, 뭔가 배운다는 것은 비슷하다"며 "그런데 힙합은 완전히 새로웠다. 아예 베이스가 없는 어떠한 새로운 운동을 하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힙합은 제가 느끼기에 무용과도 달랐어요. 기본적으로 비트를 맞추는 것조차 낯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동작을 배우다가, '안되겠다' 싶어 걸음걸이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그는 "음악을 틀어놓고, 30분 동안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음악에 맞춰 '업업 다운다운, 업업 다운다운'을 반복했다. 그러다 제스처를 해 보며 몸을 풀었다. 그 다음부터 스텝 연습을 1시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 땀이 쭉 나요. 그 때부터 기술 연습에 들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 다음 안무 연습을 하고, 또 그 다음 기술 연습…. 매일매일, 그렇게 하루에 4시간씩을 연습했어요. 5개월 동안요."
강동원은 "힙합 스웨그에 적응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며 "힙합 역사를 공부했다. 옷도 다 사서 입었다. 메소드 연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니다. 입지 않으면, 그 문화를 이해를 못 하겠더라"며 실제 동작까지 선보였다.

◆ "강동원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덕분에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도 그럴 게, 강동원이 신들린 헤드스핀을 선보인다. 그 시절 댄스머신을 그대로 소환했다. 게다가 코미디도 제대로 말아준다. 언론 시사회 당시에도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강동원 역시 만족감을 표했다. "마지막 무대 즈음에는 무대 짬밥이 생긴 저를 발견했다"며 "춤선이 점점 살아나고, 디테일을 안 놓치더라. '나 진짜 잘하는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심지어, 강동원의 지인은 영화를 본 뒤 충격에 빠졌다. "뭐고? 요새 니 돈 없나?"라는 문자까지 보냈다. 대중도 "강동원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가 뭐라고" 등 웃픈 반응으로 뜨겁다.
"(와일드씽은) 노력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사실, 늘 하던 대로 한 건데 말이죠. 원래 최소한 3달 정도는 캐릭터를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가요. 그 노력이 너무 잘 보인 영화였던 거죠."
그러고 보면, '군도:민란의 시대'(2014)에선 칼 연습만 8개월을 집중했다. "그 때는 하루에 기본적으로 1,000번 칼을 휘두르고 연습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그래서 걸음걸이부터 한 것"이라 부연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 그는 담백하다.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대로 답할 뿐, 과장하거나 열을 올리지 않는다. 그는 "원래 헤드스핀을 잘 했다고 생각하셔도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예전엔 '내 노력을 왜 몰라줄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결국, 알 수가 없는 게 맞는 거라고 느껴집니다. 사실 제가 춤을 연습한 게 뭐가 중요한가요. 대중은 결과물만 보시면 되죠. 제 노력을 다 아실 필요가 없습니다."

◆ "노력의 농도가 다르다"
강동원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는, 미국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요즘 촬영하지 않을 땐, 주로 미국에 가 있는다. 미팅을 미친듯이 했다. 더 만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미팅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프로듀서, 감독, 작가, 배우, 제작자들과 자주 미팅해요. 캐스팅도 좋지만, 미국 시스템을 배우려고요. 연기 뿐 아니라 제작 분야도 자유롭게 열려 있거든요."
그는 "예전엔, '(미국에서) 누가 날 알아봐주고 캐스팅해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만들어내고 말겠어'라는 생각도 한다"고 부연설명했다.
20년 넘게,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그냥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니까 특별히 미워하실 이유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디 가서 싸우지도 않고,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까…."라며 멋쩍어 했다.
그러나, 사실 강동원의 진짜 비결은 따로 있다. 비주얼과 실력은 기본, 노력의 농도가 다르다는 것. 누구나 열심히 하지만, 그보다 더 열심히 또 과감히 한다. 그것도 20년이 넘는 세월을, 꾸준히 말이다.
"아직은 몸 쓰는 연기가 자신 있어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센 액션을 더 해보고 싶고요. 늘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거든요. 제작도 열심히 하고 있죠. 진짜 다크한 이야기, 인간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걸 해 보고 싶습니다."
힙합에 쓰이는 단어, 스웨그. 힙합의 멋을 표현하는 말이다. 강동원은, 영화에서도 영화 밖에서도, 배우의 '멋'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땀, 꿈, 그리고 자신감.


<사진제공=AA그룹,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