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배우 강동원이 흑화했다. 살인을 설계해 사고사로 위장한다. 눈빛과 목소리만으로도 이전보다 한층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 는 우연한 사고들로 화면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의도대로) 죽어간다. 설계자들은 그걸 지켜본다.
정말 의도대로 죽은 걸까? 영화는 관객들에게 거짓과 진실 사이에 질문을 던진다. 다른 시선으로 보면, 작품의 내용은 달라진다.
'설계자' 측이 23일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언론시사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 감독과 배우 강동원, 이무생, 이미숙, 이현욱, 정은채, 탕준상 등이 참석했다.
강동원은 "'신선한 영화를 찍을 수 있겠다' 생각해서 참여했다"며 "드디어 소개해 드릴 수 있게 됐다. 시나리오 읽었을 때 제가 느꼈던 느낌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 분)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강동원은 영일 역을 맡았다. 살인을 의뢰받고 삼광 보안 팀원 '재키'(이미숙 분), '월천'(이현욱 분), '점만'(탕준상 분)과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팀원들은 동시에 자신들을 노리는 '청소부'의 정체를 추적해 나간다. 청소부는 피상적인 존재. 정말 실재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깅동원은 "청소부는 외계인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누구도 본 적 없지만,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외계인 같은 존재로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사건은 영일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영일의 눈빛과 몸짓이 극의 전환점이 된다. 이 감독은 "모니터로 강동원을 보면서, 렌즈와 어떻게 저렇게 찰싹 붙어있을까 싶었다. 불가사의한 체험"이라고 칭찬했다.
강동원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기본기. "이번이 약 스무 번째 영화다. 많은 작품을 연기했지만, 가끔 경직되는 순간이 있다"고 털어놨다.
호흡과 대사에 충실했다는 것. "생각해 보면 숨 쉬는 걸 까먹고 있다거나, 정확한 대사를 머릿속으로 읽고 있지 않는 순간들이 있더라"며 "정말 기본에 충실히 하려고 했다. 기본 기술로 다가갔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설계자'는 판타지적인 세계관이 들어있는 작품"이라며 "기본 설명 안에서 어떤 인물인지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기본적인 것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팀워크도 강조했다. "팀원들은 (극 중) 모두 결핍이 있다. 영일이 그 결핍을 가지고 컨트롤한다는 마인드로 연기했다"며 "당근과 채찍처럼 세심했다가 냉정하다. 그렇게 호흡을 맞췄다"고 전했다.
엔딩은 장르의 클리셰를 따라가지 않는다. 판단은 관객의 몫. 이 감독은 "우리가 어떤 궁금증이 있을 때 알고 싶어하지만, 수많은 정보 안에서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르 영화 안에서 범인과 범인이 아닌 구도를 가르기보다는, 장르적으로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진실을 찾고자 하는 혼란과 혼돈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다양한 캐릭터를 넣었다. 이동휘가 유튜버 '하우저'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종석이 '짝눈' 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이 감독은 "영일이 흑미남이라면, 백미남이 필요했다"며 "(강동원과 이종석이) 앉아 있는 모습을 봤을 때 흑과 백의 대비가 느껴졌다. 두 분을 앵글에 담는 영광을 누렸다"고 흡족해했다.
작품의 관전 포인트도 짚었다.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다시 보게 됐을 때, 배우들의 연기가 더 재밌어진다"며 "어떤 말이 진실이었는지를 가려보면서 배우들의 기민한 연기를 봐달라"고 전했다.
배우들은 "물음표가 생기는 영화"라며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각자만의 색깔로 영화를 펼쳐가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한편 '설계자'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사진=송효진기자(Disp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