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 남편 이혼 후 업무 스트레스에 양육 도맡아

(안산=뉴스1) 유재규 기자 = "엄마, 누가 나 좀 죽여줬음 좋겠어."

2023년 8월 우울증에 걸린 딸의 말을 들은 친모 A씨(40대·여)는 가져서는 안 될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고야 말았다. 딸 B양(당시 15)과 함께 죽어 고통에서 벗어나기로 한 다이다.

2018년 A씨는 배우자와 이혼했다. 당시 초교생이었던 B양과 그의 아들을 혼자 양육한 A씨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B양은 중학생이 후부터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고 교내에서도 자해를 여러번 했다. 그 수만 무려 19차례다. B양이 자해를 한 건 2023년 7월부터인데 숨지기 전까지 약 한 달 동안 자해한 것이다.

법원공무원이었던 A씨는 수도권지역 소재 고등법원에서 지방법원으로 근무지를 옮겨 가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있음에도 딸의 치료를 위해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상담교사를 통한 치료는 물론, 킥복싱 운동과 미술을 시켜준 영향인지 B양의 증세는 점차 호전됐다. A씨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쁜 소식이다.

특히 '엄마가 이혼으로 우울할 때 내가 더 위로해야 하는데' '아빠가 엄마랑 싸우다가 엄마 뺨을 때려서 엄마 얼굴에 피가 나는 장면이 떠오름' '엄마는 매번 약도 챙겨주는 좋은 엄마'라는 등 B양 역시, 엄마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23년 8월18일 오후 10시 B양은 "나 자해했어. 나는 식충이야. 누가 나 좀 죽여줬음 좋겠어"라는 말을 하자, A씨는 절망감에 사로 잡혔다. 이 절망감은 그대로 동반자살 마음으로 빠지게 됐다.

결국 A씨는 2023년 8월19일 오전 2시 경기 광명지역 소재 자신의 아파트에서 B양을 살해했다. A씨는 범행직후, 유서를 작성하고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작성해 아들에 보낸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6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의 변호인은 'B양의 근본적인 우울증은 친부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A씨의 변호인은 "B양이 중학생일 때 교내에서 자해를 19번 했다는 교사들의 증언이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양육을 하면서 고법에서 지법으로 근무지를 옮겨 업무파악까지 겹치는 등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전 배우자는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와 B양이 빨리 친해지기를 바랐는데 이 스트레스로 B양이 극심한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B양이 밝혔듯이 우울증의 시작은 친부의 탓이라는 병원 자료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3일 원심 법원은 A씨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5년 간, 아동 관련기관에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B양이 '우울 상태가 10이라면 7까지 줄어든 것 같다. 0까지 줄여보고 싶다'는 등의 기록과 일반고에 진학 후, 대학에 가고싶다는 말을 하는 등 우울증이 점차 개선돼 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의 아들의 진술을 보면 자녀들을 잘 해줬으며 때리는 등 훈육도 없이 키운 것 같다"며 "A씨가 B양의 자해 등 사실을 듣게 된 후부터 절망감에 빠져 죽을 생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유재규 기자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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