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한 놀이터에서 90대가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 아동 부모가 직접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피해 아동 부모 A씨는 지난 2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아동성추행 피해자 부모입니다. 조언 부탁드려요'라는 글을 올렸다. 딸이 지난 21일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잠옷 파티를 한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데리러 가는 길에 연락을 받았다. 딸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해 '엄마, 나 혼내지 마'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딸 B(10)양이 잠옷 파티가 끝나고 놀이터에서 또래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바로 옆 벤치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벤치를 손으로 두드리면서 아이들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은 노인을 무시했으나 계속 오라고 불렀다. B양과 B양보다 어린 2학년 여자아이가 노인 옆에 앉았다. 그러자 이 노인은 돌연 B양의 가슴을 손으로 문지르고 왼쪽 엉덩이를 만졌다"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폐쇄회로(CC)TV에 범행 장면이 담기지 않았던 것. A씨는 "경찰서에서 CCTV 장면이 시간대별로 찍힌 사진을 봤는데 (사건이 일어나 종료되기까지) 5분이 안 걸린 시간이었다"며 "CCTV에는 놀이터만 가까이 찍히고 벤치와는 거리가 멀어서 옷 색깔로만 (사람들이) 식별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께 있던 아이들은 B양이 추행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A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야 한다고 해서 당시 딸이 입고 있던 옷은 장갑 끼고 지퍼백에 담아서 경찰서에 넘겼다"며 "목격자도 있지만 CCTV에 추행하는 장면이 안 보인다. 가해자 등짝과 애들 다리만 보인다"고 했다.

A씨는 "제 딸은 울면서도 말은 또박또박했다. 어떻게 했고, 누구랑 있었고, 누가 그 장면을 봤고, 할아버지가 뭐라고 했는지"라며 "진술서 쓸 때는 경찰관 참관 상태에서 딸이 이야기하는 거 제가 작성했는데 부디 이 일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A씨 "가해자를 보자마자 눈이 돌아서 귀싸대기를 날렸다. 더 못 팬 게 한이지만 더 팼으면 제가 불리해질 수 있으니 진짜 피 삼키면서 겨우 참았다"며 "경찰이 아이 옷에서 DNA 나오면 빼도 박도 못하고 목격자도 많은 상황이라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고령을 핑계로 치매가 있다고 변명할까 봐 걱정이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아이한테는 '딸 같아서 그런다'면서 만지고, 경찰 앞에서는 '그런 적 없다. 애 데려와서 뭐라 하는지 들어봐라'라고 2차 가해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며 "오죽하면 경찰관도 화가 나서 입 다물라고 했다. 실형이 안 되면 개인적으로 분풀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출처=블라인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