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응시료 4500원 인상…취준생 '울상'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2024-04-17 16:28 송고 

"취업하려면 토익(TOIEC)뿐만 아니라 오픽(OPIc)에 컴퓨터활용능력까지 필수인데…"

1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어학원 앞에서 만난 A 씨(28)는 "응시료가 오른다고 들어서 이번 한 번에 고득점을 맞자는 생각에 학원에 등록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신촌에서 학교에 다니며 자취 중인 A 씨는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이런 응시료 인상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취업 필수' 자격증으로 꼽히는 토익 응시료가 오른다는 소식에 A 씨와 같은 취업준비생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토익 주관사인 YBM 한국토익위원회는 응시료를 6월 16일 정기시험부터 4만 8000원에서 5만 2500원으로 4500원 인상하겠다고 전날 공지했다.

3년 만에 인상된 것이어서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하면 인상 폭이 지나치다는 평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취업에 필요한 '고득점'을 한 번에 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2회 이상 응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취업을 준비 중인 B 씨(31·여성)는 "토익 시험 난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며 "처음에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지 못해 4번은 연속으로 시험을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YBM 산하 한국토익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토익 응시 계획은 2회 이상이 44%로 가장 많았다. 3회 이상과 4회 이상도 각각 21.7%와 17%로 집계됐다.

신촌의 한 카페에서 토익 단어장을 뒤적이던 20대 여성 신 모 씨는 "이번이 두 번째 응시"라며 "집에서 용돈을 받는 입장이고 취업 필수 자격증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응시료 인상 소식이 반갑진 않다"고 토로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이른바 '영어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 취업준비생들은 토익뿐만 아니라 토익스피킹(8만 4000원)이나 오픽(8만 4000원)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4만 5500원)까지 합하면 취업을 위해선 적어도 18만 2000원을 응시료로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B 씨는 "응시료 가격이 오른다면 아무래도 부담이 크고 일상생활에서 지출을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높아진 응시료 탓에 식비라도 아껴야 할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등록금이나 집세, 생활비 등까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졸업을 앞둔 취준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허리띠 졸라매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다음 학기 한국사 박사과정 수료를 앞둔 30대 남성 이 모 씨 또한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지만, 졸업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토익을 따야만 하는 입장이다.

이 씨는 "전공 특성상 영어를 사용할 일이 적은데, 갑자기 토익을 공부하려니 금방 충분한 점수를 취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토익 시험을 여러 번 봐야 할 텐데 비용이 부담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록금만 한 학기에 500만 원이고 월세와 생활비를 합하면 200만 원 가까이 지출하는 상황"이라며 "논문 준비도 바쁜 상황에서 돈이 제일 큰 걱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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