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게 항상 베풀고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참담합니다."

29일 오전 10시께 전북자치도 전주시 완산구의 한 상가. 지난 28일 전남편 A 씨(40대)에게 살해당한 B 씨(30대·여)의 미용실이 위치한 건물 앞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미용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낭자한 혈흔과 어지럽혀진 기구들은 당시 급박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미용실 출입구에는 편지와 국화꽃 한 송이가 있었다. 한 주민은 "지난밤 학생과 주민들이 놓고 갔다. 정말 열심히 살고 딸 같은 분이었는데 참담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주민들은 "저녁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B씨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길가를 지나던 주민 김 모 씨는 "베풀 줄 알고,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다"며 B 씨를 회상했다. 그는 "B 씨는 이 동네에서 마당발이나 다름없었다. 워낙 성품도 좋은 탓에, 주민들에게 '딸, 언니, 누나'로 불리곤 했다"며 "그 덕분에 B 씨가 운영하던 미용실은 사랑방이나 다름없었다. 항상 먹을 것을 베풀었고 웃음이 가득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B 씨와 평소 알고 지냈던 한 주민은 "인근 학교의 학생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무료로 미용을 해주시기도 했었다. 그런 좋은 사람이 이런 일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며 "사실 B 씨에 대한 미담은 말해도 끝이 없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수많은 학생과 주민이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 사이에선 "언젠가 이런 일이 발생할 것 같았다"는 말도 나왔다.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생전 B 씨는 전남편 A 씨로부터 금전적인 요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전남편을 위해 대신 구직활동에 나설 정도로 헌신적이었던 B 씨가 참변을 당한 것에 대한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비극적인 사건은 전날 오전 10시10분께 발생했다.

A 씨가 흉기를 들고 미용실을 찾아가 B 씨를 찔러 살해한 것. 당시 B 씨의 배 속에는 7개월된 아기가 있었다.

"임산부가 흉기에 찔렸다"는 B 씨의 남자친구 C 씨(40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후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도주한 A 씨를 1시간만에 김제에서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 씨는 전처 B 씨(30대)의 목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현장에 있던 C 씨(40대)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도 받는다.

B 씨의 배 속에 있던 아기는 B 씨가 119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 현재 인큐베이터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현재 A 씨를 대상으로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진술 확보가 안되는 상황이다. A 씨가 검거 과정에서 자신의 목에 자해 행위를 해 현재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기 때문이다.

B 씨의 남자친구 C 씨도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또 회복하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관계자는 "피의자를 대상으로 범행 동기 등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도주 우려 등의 이유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im98031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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