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존스홉킨스대 연구팀, 어린쥐·늙은쥐 실험서 청각 관련 뇌 신경세포 기능 저하 발견

나이든 동물, 주변 소음서 개별 소리 구분 어려워…"훈련으로 어느정도 해결 가능"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나이가 들어 식사모임 등에서 여럿이 얘기를 나누면 대화 내용을 잘 듣지 못하는 것은 뇌 내 신경세포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신경세포뿐 아니라 다른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가 계속 작용해 방해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65세가 넘는 대부분 사람은 술집이나 식당에서 개별 대화만을 골라내기 어려운 일종의 '청력상실'을 경험한다"면서도 이 같은 현상은 훈련을 통해 어느정도 극복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29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고령자는 시끄러운 모임에서 대화를 잘 듣지 못할 때가 있다며 너무 많은 뇌 세포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7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이전까지 학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감소하는 것은 청각과 평형유지 등을 담당하는 내이의 유모세포가 손상됐기 때문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뇌도 청력상실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6~24개월 나이든 쥐 12마리와 2~6개월 된 어린 쥐 1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생쥐의 청각피질 뇌 영역에서 뇌세포 또는 뉴런(신경세포) 8078개의 활동을 기록했다.

먼저 쥐가 소리를 들었을 때 급수구를 핥도록 훈련했다. 이후 생쥐 주변에 백색소음을 재생하면서 실험했다.

주변에 소음이 없으면 어린 쥐와 늙은 쥐 모두 소리에 반응해 급수구를 핥았다. 하지만 백색소음을 튼 상태로 실험을 진행했을 때 늙은 쥐가 전반적으로 어린 쥐보다 소리를 감지하고 급수구를 핥는 빈도가 떨어졌다.

또 어린 쥐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거나 소리가 끝나는 시점에 급수구를 핥는 경우가 많았다. 늙은 주는 소리를 틀기 전부터 급식구를 핥는 모습이 많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늙은 쥐들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미리 생각하고 행동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이광자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소음이 실제로 쥐의 청각 신경세포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아봤다. 이 기술은 동시에 수백개의 뉴런 활동을 식별하고 측정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정상적인 조건에서 주변에 소음이 있으면 일부 뉴런 활동이 증가하면서 다른 뉴런은 활동이 억제되거나 중단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주변에 소음이 있었을 때 대부분의 늙은 쥐에선 억제돼야 할 뉴런이 계속 활성화됐다.

불필요한 소음까지 모두 받아들여 오히려 필요한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이다. 늙은 쥐는 어린 쥐보다 뉴런 활동이 최대 2배나 많았다.

연구팀은 "나이든 동물은 주변 소음이 개별 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방해하는 것 같다"고 추정하면서도 "포유류 두뇌의 학습 능력은 사람을 비롯한 나이든 동물의 이 '흐릿함'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변 소음과 들어야 할 소리가 섞인 상황에서 개별 소리에 집중하도록 뇌를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청각 관련 뇌 신경을 포함해 특정 뉴런을 차단하는 것과 청력 손실 사이 연관성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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