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영끌해서 송도에 아파트를 샀는데 대출이자 부담이 너무 커져서 밤에 아르바이트까지 생각 중입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로 마련한 아파트 값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대출이자는 치솟으면서 영끌족들이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다. '블랙 크리스마스'가 따로 없다는 호소도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송도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김모씨는 24일 "분양받아 송도의 한 아파트에 들어갔는데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졌다"며 "요즘 동네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고, 대출이자 부담이 커져서 투잡까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군포에 거주하는 40대 이모씨는 "얼마전까지 대출이자가 한달에 2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48만원까지 치솟아 부담이 크다"며 "9억원이던 집값도 6억원대로 떨어졌는데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황모씨도 "지난 2019년에 결혼을 했는데 이듬해에 바로 아이가 태어나서 서울로 출퇴근을 위해 KTX역 근처 아파트 저층을 3억원대 초반에 샀다"며 "상승기 때 최고 5억원까지 갔었는데 지금은 3억6500만원선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금자리론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 아직까지는 금리 상승의 영향은 없지만 신용대출은 변동금리로 이자가 2배 가까이 늘어 월 가계 현금흐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끌을 해 서울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다. 노원구의 23평 아파트를 실거주 목적으로 산 30대 정모씨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년새 많이 올라 이자부담이 월 70만원 증가했고, 여기에 더해 신용대출에 마이너스 통장 금리까지 뛴 거까지 합치면 실제로 월 90만원 정도가 더 나간다"고 울상을 지었다.

정씨는 "지금은 정부에서 발표한 특례보금자리론만 기다리는 중인데 이래저래 금리 인상으로 숨통이 조여와 크리스마스 이브의 느낌은 하나도 안나고 답답할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쌍문동의 30년 된 구축 아파트를 2020년에 구입해 전세를 준 30대 김모씨는 "일산에서 살면서 돈을 모아 6억원 가량에 구매했다"며 "이 아파트는 호가가 8억원까지 나오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5억5000만원 정도로 실거래가가 형성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가 올라도 '내가 살 집'이라는 생각으로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는 영끌족도 있었다.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30대 이모씨는 "서울 고덕에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계약금 중도금 등을 납입하고 있었는데 전세를 줄 생각으로 보유 중"이라며 "월 현금흐름에 부담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30평대 집이라서 계속 살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보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쌍문동의 30년 된 구축 아파트를 구입한 30대 김모씨도 "실거래가가 구매가보다 떨어져 속이 상하지만 서울에 있는 아파트고 내가 살 집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마음을 가져 보려 한다"고 웃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단은 연 8%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부업 대출은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 근처까지 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12월 셋째주(19일 기준) 71.0을 기록했는데 이는 부동산원이 2012년 7월 매매수급지수를 조사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김동규 기자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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