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딸을 어머니가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 사건 기억하시나요.

38년을 돌봐온 딸이 암 선고까지 받자 함께 세상을 등지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19일 JTBC는 '간병일지'를 공개하며, 매일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려야 했던 어머니의 고된 시간을 전했습니다.

1984년 돌이 갓 지난 딸이 뇌병변에 지적장애 1급 진단받으면서부터, 26살인 이 씨의 간병이 시작됐습니다.

공개된 간병일지에는 증상이 시간 단위로 기록되어 있었는데요.

'2020년 5월 21일 날밤 새우고 5월 22일 낮에도 안 잠', '2020년 1월 7일 악을 쓰며 짧게 강하게', '데파킨 용량 바뀐 후 2019년 12월 짧은 경기 10번 힘 빠지는 경기 6번'

딸의 장애를 공부하려고 이모씨가 만든 노트 한 쪽에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스트레스'도 적혀 있었죠.

아래로 '상호 작용의 어려움' '육체적 고통' '절대적 시간 부족'이 쓰여 있었습니다.

하루 중 센터에 맡기는 4시간을 뺀 20시간이 이씨 몫이었기 때문.

이모 씨 아들은 "항상 누나 침대 옆에 간이로 침대를 만들어서 붙어 주무셨다. 그래야만 누나가 일어나더라도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라고 전했죠.

밤낮을 잊은 간병. 당시 아파트 경비원은 "대소변도 못 가리니까 시도 때도 없이 빨래했다"며 "새벽 1시고 2시고. 그 집 사정 알면 또 민원을 안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38년간 딸을 돌봐온 이씨는 지난 1월 딸의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굳은 의지가 꺾였다고 합니다.

이씨의 아들은 "누나를 살려야겠다는 그 의지만큼은 꽉 잡으셨다"며 "혈소판이라는 수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항암이 중단되고 (온몸에) 멍까지 봐버리니까 거기서 많이 무너지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엄마는 누나를 위해서 평생 살았고 누나랑 엄마는 한 몸이었다"고 전했죠.

지난 5월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씨는 당시 영장 심사에서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하고 보내게 돼서"라고 말했는데요.

지방에 있던 남편, 결혼한 아들 결국 딸과 둘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회적으로도 고립됐습니다.

이씨는 수면 부족과 불면증을 겪었지만, 정부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상대로 한 휴식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심리상담지원 프로그램도 지원받지 못했죠.

한편 검찰은 이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했습니다. 법원 선고는 다음 달 19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영상 출처=JTBC,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