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비대면 추석 겪으면서 '없애도 되겠다' 생각

"절차 간소화 하더라도 전통 이어가도록 모두 노력해야"

(경남=뉴스1) 강정태 기자 = # 결혼 6년차인 직장인 김영진씨(38·여)는 이번 추석 연휴에 시부모님과 제주도로 3박4일 여행을 간다. 김씨 남편의 집안은 명절마다 큰집에서 제사를 지내 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제사가 간소화되다 지난해 아예 없어졌다. 김씨는 "시아버님 형제분들도 이제 나이가 드시고 하니 명절에 각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코로나19가 그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 결혼 후 32년째 차례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부 허모씨(58)는 이번 추석에 가족회의를 열어 기제사(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만 지내고 명절 제사는 없애자고 말할 예정이다. 허씨는 "집안에서 자식들에겐 제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분위기라 제사를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며 "남은 노후는 명절에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명절인 추석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고향에 내려와 친인척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정을 나누던 추석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명절 풍경 변화는 그동안 어느 정도 엿보였으나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여성가족부가 전국 1만여 가구를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제4차 가족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6%가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젊은 세대인 20대에서는 63.5%, 30대는 54.9%로 과반수 이상이 제사 폐지에 동의했다.

허 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 제사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이런 분위기에 주변에서도 어른들 선에서 미리 제사를 없애자는 곳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제사는 다같이 모이는 계기도 됐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없애도 되겠다'는 생각들을 더 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면서 경남 진주가 고향인 박모씨(36)는 "코로나19 이후 명절 연휴에 꼭 다같이 모여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진 것 같다"며 "이제 명절은 그냥 긴 연휴로 인식되는데 앞으로 다들 이렇게 변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길수 진주문화원장은 "핵가족화에 최근 코로나19 상황까지 오면서 가족간 왕래가 적어지다 보니 제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복잡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것들이 변화하는 것은 맞지만 제사라든지 우리 전통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성균관에서 차례상에 9가지 음식만 올리면 된다고 발표했다”며 "이런 것처럼 현대 사회에 맞게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전통적인 예법과 미풍양속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jz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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