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초 후 매매를 막기 위해 전원을 뽑는데...

최근 유튜브 '디글' 채널에는 '팻 핑거' 사건에 대한 영상이 게재됐는데요. 이에 한 직원이 단순 입력 실수로 회사를 파산 시킨 이야기가 소개됐습니다.

'팻 핑거'는 증권 매매 시 입력 실수를 뜻하는 용어인데요. 손가락이 굵어서 자판을 잘못 누른다 하여 '두꺼운 손가락 (fat finger)'이라고 칭하기도 하죠.

이렇듯 입력 실수 한 번에 망한 회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었는데요.

바로 지난 2013년 발생한 한맥투자증권 팻 핑거 사건입니다. 때는 그해 12월인데요. 당시 직원이 이자율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괜찮은 거래인지 계산을 한 뒤 매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진행됐습니다.

문제는 직원이 이자율 숫자를 잘못 입력했다는 건데요. 365, 1년을 0으로 잘못 넣은 것.

오류가 생긴 컴퓨터는 모든 거래를 엄청난 수익으로 판단, 갖고 있는 증권사 상품은 헐값에 팔고 시장에 나온 상품은 비싸게 구입한 겁니다.

실수를 알아챈 직원은 143초 후 매매를 막기 위해 컴퓨터 전원을 뽑았다는데요.

하지만 그 사이에 잘못된 주문만 무려 3만 7,900건에 달했습니다.

약 2분 만에 일어난 일인데요. 손실금액은 460억 원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죠.

사건 발생 당시 근처 금융사에 있었던 주식 전문가 슈카는 "트레이딩 본부 안에 있었는데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며 "순식간에 코스피가 치솟았다"고 전했는데요.

이어 "보통 이런 경우는 국가에 무슨 일이 있거나 큰 악재가 발생했을 때"라며 "(불과 15분 사이) 그래프가 폭락과 폭등을 반복했다. 그때서야 사람들이 이거 실수인 거 같다. 전화 돌리고 난리가 났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한맥투자증권 대표가 한국거래소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는데요.

한국거래소 측은 "취소는 할 수 없으니 구제 신청을 하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구제 신청도 쉽지 않았는데요. 주문번호, 종목 번호 등의 숫자를 일일이 입력해 한 건 씩 신청해야 했기 때문.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수십명의 직원들이 3만 7천여 건의 구제를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이 또한 불가능 했는데요. 구제 신청은 당일 오후 3시 30분까지만 가능했습니다.

한맥투자증권측은 거래를 취소해 달라고 매매자들에게 읍소했는데요.

국내 증권사 몇 곳은 수익을 반환해줬지만 가장 큰 이득을 본 외국계 증권사 2곳이었습니다.

그중 한 곳은 무려 350억의 이득을 봤는데요. 이에 본인들이 왜 돈을 돌려줘야 되냐는 것.

회사는 직원 75%를 권고 사직하고 희생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결국 파산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사진·영상출처=알쓸범잡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