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자비로 산 태블릿·스마트폰, 중고마켓서 10만원 아래에 거래

(서울=연합뉴스) 윤우성 이승연 김윤철 서대연 기자 = "방역패스 도입할 때 반도체 대란까지 겹쳐서 저렴한 태블릿을 구할 수 없었어요. 이걸 사는 데에 100만원 가까이 썼는데…."

송파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정모(31)씨는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운영에 사용한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이제 와서 팔자니 값을 제대로 못 받을 게 뻔하고, 또 지침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출입자 관리를 위해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자비를 들여 장만한 태블릿PC·스마트폰 단말기 등이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 변경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부담해야 했을 방역 비용을 결국 민간이 떠안은 셈이 됐다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추적 등 방역을 목적으로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제도를 도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수기명부·안심콜을 통한 출입 인증을 폐지하고 방역패스를 도입해 출입 인증을 QR코드로 일원화했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와 확진자 폭증 등으로 인해 방역 환경이 변화하자 지난 1일 QR코드 사용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성동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30)씨도 카운터 서랍 안에 보관해둔 태블릿PC를 보여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쓸데가 없어져 처치 곤란해졌다"며 "많은 자영업자가 난처해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광진구에서 보드게임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이모씨도 "다른 데에 쓸 곳이 마땅찮아 활용도는 떨어지지만, 또 팔자니 얼마 받지도 못할 것 같아서 일단 놔둔 것"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21일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서는 QR코드 인증을 위해 샀던 휴대전화나 태블릿PC를 10만원 이하의 비교적 싼 가격에 파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종 자영업자들은 본사가 이런 자영업자들의 고충에 대해 본사가 QR코드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나몰라라' 태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황수익(35)씨는 "QR제도가 초기에는 필요한 제도였다고 당연히 생각하긴 한다"면서도 "다만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QR코드 도입 당시 기기를 처음 살 때나 지금이나 아무런 말이 없어 점포 사장들이 전부 자비로 기기를 샀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38)씨도 "개별적으로 (기기를) 구비했고, 지침 변경 후에도 다른 조치가 없어 그냥 갖고 있다"면서 "서민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주먹구구 방역 행정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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