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자취방에서 출처불명의 '체액이 든 피임기구'를 발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그 상황에서 여친이 "진짜 모르는 일이다"고 한다면요?
한 커플이 이런 상황에 처했고, 실제 경찰에 신고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난 8일 'TV조선' 보도입니다. 1년 전, 한 커플이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체액 든 피임기구가 발견됐다"고 신고했습니다.
최초 발견자는 남친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피임기구를 두고 옥신각신했고, 한참을 논의 끝에 "누군가 침입해서 두고 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후 신고했죠.
경찰은 주거 침입 의혹에 관해 수사했지만, 외부의 침입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피임기구 안에 든 체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유전자(DNA) 분석을 마쳤는데, 남친이 아닌 제3자의 것이라는 결론만 얻고 수사는 미궁에 빠졌습니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여자친구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도 제기되었죠.
그런데 지난해 7월, 서울 강동경찰서가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상대로 체액 테러를 저지르던 30대 직장인 A씨를 검거하며 이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당시 A씨에게 체액 테러 피해를 입은 여성이 "누가 제 가방에 체액이 담긴 피임기구를 집어넣은 것 같다"고 신고했고요. 경찰은 CCTV 분석으로 A씨를 특정해냈는데요.
경찰은 A씨의 여죄 확인을 위해 국과수 DNA 분석을 의뢰했다가, 과거 9개 사건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여기에 바로 그 '주거 침입 의혹' 피해 여성 집에서 나온 피임기구 속 DNA가 포함돼 있었던 것입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약 7달 간 지하철 역을 돌아다니며 젊은 여성들의 가방에 체액이 담긴 피임기구를 몰래 넣었습니다.
'주거 침입 의혹 사건'의 피해 여성 역시, A씨로부터 체액 테러를 당했던 건데요.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집에 오는 바람에, 뒤늦게 방바닥에서 문제의 피임도구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A씨는 재물손괴 혐의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이 사건과 관계 없는 자료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