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들어온 고인 안절부절…말리지 못해 후회"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최근 울산의 한 20대 여성이 남자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모텔 건물에서 투신한 사건과 관련, 해당 모텔 주인이 심경을 전했다.

26일 울산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는 "얼마 전 사고가 일어난 모텔 주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먼저 주인은 "고인이 된 두 분의 명복을 빈다. 우리 가게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무겁다"며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하루하루 힘든 걸 이 악물고 버텨내고 있던 와중에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면서 "아무래도 동네 위주로 하는 장사이다 보니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아 매출이 반의 반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원망할 사람도 남아있지 않고 텅 빈 객실들을 보니 착잡하고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2일 오후 8시45분쯤 울산대학교 앞에서 20대 여성 A씨가 자신의 남자친구인 20대 B씨를 흉기로 찌른 뒤 도주했다. 당시 A씨는 10여 분 뒤 300m 정도 떨어진 모텔 건물 9층에서 투신해 사망했으며, B씨 역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와 관련 주인은 "고인이 안절부절못하며 들어왔을 때 도움이 필요하냐고까지 물어봤다"면서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왜 말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몇 번이나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고 현장을 발견하자마자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을 하면서 살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했지만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고 자책했다.

또 주인은 "이번 일과 관련해 혐오성 발언을 하며 다투는 유튜브와 각종 SNS의 댓글을 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며 "고인의 마지막을 직접 겪은 저로서 죽음 앞에 젠더 갈등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사건 발생 후 며칠간 가게 주차장과 사고 현장을 기웃거리며 웃고 떠들면서 고인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심지어 손님인 척 들어와 '여기가 거기냐'고 묻고 그냥 나가버리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다.

끝으로 주인은 "이번 사건을 그저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여기지 말아달라"며 "2015년에 개업한 뒤로 열심히 일궈온 가게고, 이번 사건으로 저희 모텔과 관련된 나쁜 시선이나 선입견은 거둬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아울러 "고인이 떠난 자리에 막걸리 한 통 부어주고 저도 술 한 잔 마신 상태"라며 "뜬눈으로 며칠을 보냈는데, 푹 쉬고 기운 차려서 다시 하나둘 쌓아 올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손님을 맞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 경찰은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추정된다"며 "여성이 사망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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