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다양한 비대면 소개팅 서비스 등장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신윤하 기자,윤지원 기자 = #. 대학생 김모씨(24)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이용한 소개팅, 일명 '줌개팅'을 시도했다. 학내 커뮤니티에 자기 소개를 올린 뒤 연락 온 이성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줌을 통해 만난 것이다.

김씨는 "코로나19라 직접 대면하기 꺼려졌고 또 대면 소개팅보다 가볍게 만나기 위해 줌개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만난 분과 지지부진하게 '썸'만 타다가 끝났는데 줌개팅을 통해 상대를 깊게 알긴 어려운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로 이성을 만나기 어려운 요즘 20대 청춘들은 '줌개팅'부터 '메타버스 미팅'까지 비대면 방식으로 이성을 만나고 있다.

◇"연락처 알 수 있을까요?"…온라인 강의실에서 보내는 쪽지

강의 시간, 성실히 수업을 경청하는 학우에게 반해 연락처를 물어보고 설레는 만남을 시작하는 '캠퍼스 낭만'이 온라인 세상으로 넘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수업이 중단되고 줌을 통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서울 4년제 대학을 다니는 A씨는 대학 커뮤니티에 "수업에서 알게 된 분이 있는데 화면상으로는 완전 내 취향이고 조별로 이야기할 때 말도 나름 잘 통하는 것 같다"며 "학교 메신저로 연락하면 이상하게 볼까?"는 글을 올렸다.

같은 학교 학생들은 "메신저로 연락해서 2년 넘게 만나는 중" "나도 그렇게 연락받은 적 있다"며 댓글을 달았다.

대학 신입생 이소은씨(가명·20)는 "줌으로 비대면 강의를 듣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개인 채팅을 걸어 연락하는 경우를 몇 번 봤다"면서 "수업태도 등 상대를 어느 정도 알고 접근하는 것이라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ZOOM개팅' '메타버스 미팅'…비대면 만남 서비스 속속 등장

코로나19로 이성 만날 기회가 적어져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경우도 많았다.

직장인 도모씨(26)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너무 없어 심심해서 소개팅 앱을 깔았다"면서 "앱에서 만난 여성과 3번 정도 따로 만났는데 대면으로 만나니 가치관이 다른 것 같아 그만 만났다"고 했다.

비대면 소개팅 서비스도 늘고 있다. '놐놐'에서는 지역, 나이, 관심사를 기준으로 4명을 매칭하고 15분씩 순서에 따라 4명과 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놐놐 운영자는 "올해 1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3500명이 참여했다"면서 "저희가 대화해볼 만한 사람을 매칭해주니 참여자들은 생각보다 재밌게 소개팅을 했다고 말씀한다"고 전했다.

메타버스 가상세계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클럽하우스를 이용한 '음성 블라인드 소개팅' 서비스도 등장했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어린이들도 가상연애를 경험하고 있었다.

비대면 소개팅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가운데 MBTI(심리유형검사) 등 최근 20대의 관심사를 반영한 테마 소개팅 서비스도 나타났다.

MBTI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궁합이 잘 맞는 성격 유형끼리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만든 대학생 문혜준씨(19)는 "줌으로 소개팅을 진행하되 화면을 끄고 외적인 요소를 제외한 채 첫인상을 만들도록 했다"며 "매칭 성공률이 82%나 됐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관계 형성 욕구 충족…대면 만남 대체 못 할 것"

전문가들은 비대면 만남이 관계 형성에 대한 젊은 층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 시킬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동시에 비대면 만남이 직접적 만남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젊은 청년들은 관계 형성에 대한 욕구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정보기술 발달 덕분에 비대면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요건이 만들어져 비대면으로나마 관계 형성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제약 속에서 젊은 세대가 다른 방식으로 출구를 찾고 있다"면서도 "비대면 만남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우려를 전했다.

윤 교수는 "비대면에서는 많은 부분을 제한적으로만 알 수 있고 비언어 요소를 읽어내기 힘들다"면서 "대면 만남도 위험은 있지만 비대면 만남에서는 가공된 만남을 걸러내기 힘들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hemingway@news1.kr),신윤하 기자(sinjenny97@news1.kr),윤지원 기자(g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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