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성호 문다영 기자 = "오늘 이렇게 많이 내리는 비도 자영업자들이 흘린 눈물보다는 적을 겁니다"

전국에 거센 비가 쏟아진 21일 자영업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거리두기 재연장과 영업시간 단축 등 정부의 고강도 방역 수칙이 자영업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자영업자들은 이날 검은색 복장을 한 채 국회 근처를 걷는 '걷기 운동' 행사를 열었다. 수도권에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1인 시위 외에 집회·시위가 금지돼 있어 합법적·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카톡 채팅방 2곳에는 각각 약 1천명·500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날 행사 초반에는 폭우가 내린 탓에 참가자가 많지 않았다. 행사가 시작된 정오부터 약 1시간 동안은 국회 앞에 10여명이 모였다가 빗줄기가 잦아든 오후 1시 이후에는 최대 200∼300명(참가자 측 자체 추산)이 국회 일대를 걸었다.

채팅방에는 "다음에는 가게 문을 닫고라도 꼭 참석하겠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행사에 참여한 서울 동작구의 호프집 주인 신모(39)씨는 "오후 9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손님들이 주로 2·3차로 찾는 우리 가게는 사실상 손님이 끊기게 된다"며 "코로나 전보다 매출은 10분의 1 수준이고, 2년간 2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상황에 재난지원금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조치에 맞서 거리로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도저히 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8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성모(44)씨도 이날 행사에 동참했다. 성씨는 "2년 동안 다음 달에는, 내년에는, 다시 여름 지나면 집합 제한 완화되고 사정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버텼다"며 "정부는 '자영업자 말려죽이기' 식의 거리두기 무한 연장 외에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나"며 비판했다.

경찰은 행사 시작 직후 국회 정문으로 이어진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를 폐쇄하고 건너편 1번 출구 인근에서는 행인의 신원을 확인하며 행사 참가자들이 국회 방향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식당 운영자 이승현(41) 씨는 "우리가 화염병을 던지려는 것도 아니고 잠깐 걷기 운동을 하는 건데 경찰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무조건 시간과 인원을 제한하는 게 정답이 아니다"라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자영업자들은 추가 걷기 행사나 차량 시위 등의 단체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현행 거리두기(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내달 5일까지 2주 더 연장하는 동시에 23일부터는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식당과 카페의 경우 4단계 지역에서는 매장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까지로 1시간 단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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