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찾은 이용자 심야 '현장 환불'…"60%만 돌려받아"

"'머지 런' 사태에 환불 중단"…금융당국 "머지 측 대처 모니터링"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유아 기자 = '무제한 20% 할인'을 표방하며 인기를 끈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이 돌연 서비스를 축소한 후 이용자 피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3일 포털의 '머지포인트 피해자' 카페 등에 따르면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이날 새벽 본사로 모여든 이용자들에게 합의서를 받고 '현장 환불'을 진행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합의서에는 머지플러스가 성실하게 환불 요구에 응했으며, 합의 사실을 제3자와 공유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합의서의 진위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합의서에 서명하고 환불을 받았다는 게시글이 이어졌다.

이들은 현금 대신 쓸 수 있는 머지머니 액면가의 48%를 환불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들의 '인증' 글이 사실이라면 머지머니는 2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므로 이용자들은 지불 금액의 60%만 환불받고 40%를 손해 본 셈이다.

이날 오후에는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이용자가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며 현장 환불마저 중단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이를 두고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과 비슷한 '머지 런'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앞서 11일 밤 머지플러스는 머지머니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한다고 기습 공지했다.

회사는 "머지플러스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11일부로 당분간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축소 운영된다"며 "전자금융업 등록 절차를 서둘러 행정절차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고 4분기 내에 더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안내했다.

환불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온라인으로 접수해 90%를 환불하겠다고 알렸으나 자세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이튿날 영등포에 있는 머지플러스 본사로 환불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수백명 모여 회사에 거세게 항의하며 혼란이 빚어졌고 경찰까지 출동했다.

금융당국 "미등록업체라 검사권한 없어"

머지플러스는 미등록 상태로 영업을 해왔기에 피해가 우려되는 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앱 가입자는 100만명이며 일일 앱 이용자가 20만명에 이른다. 거래규모는 최근까지 월평균 300억∼400억원 수준이다.

머지플러스와 제휴 또는 협업을 발표한 하나금융지주와 KB국민카드에 따르면 머지포인트 제휴 가맹점은 외식, 카페, 편의점, 마트 등을 중심으로 지난달 현재 6만∼8만곳이다.

11번가, 지마켓,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에서 수시로 머지머니 할인판매 '딜'이 진행되며 무더기로 팔려나갔다. 금융감독원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머지머니를 판매하려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을 인지했을 무렵인 지난달 말부터 공지가 올라오기까지도 판매가 이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이커머스 업체가 소비자(카드사)로부터 받은 결제대금을 머지플러스 측에 정산하는 것을 차단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머지플러스와 계약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불법 혐의가 제기되지 않은 한 무작정 정산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금융당국은 미등록업체인 머지플러스를 검사를 하거나 직접 개입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뾰족한 피해 예방·구제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머지플러스를 신속하게 제도권 안으로 끌여들여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전자금융 직불전자지급수단이나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으로 등록하려면 자본금 20억원(전자자금이체업은 30억원), 부채비율 200% 이하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감원은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 정상적인 영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해당 업체의 대응 및 진행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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