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산에서 야외 활동하며 환경보호…온라인 공유도 활발

"인정욕구 충족·보람…온라인 기반 MZ세대의 참신한 아이디어"

지난해 9월25일 오전 제주 애월읍 곽지해수욕장과 한담해변 일원에서 열린 '제주 플로깅'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한상희 기자 = "제주도에 이사 온 뒤 자주 바닷가를 찾았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혼자 쓰레기를 줍다가 다이빙 하면서 쓰레기 줍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저도 시작했죠."

제주시 구좌읍에 사는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주말마다 김녕해수욕장을 찾아 '플로빙'을 한다. 플로빙은 다이빙을 하며 해양정화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윤씨는 "스쿠버다이빙를 하면서도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운동이나 레저를 즐기면서 환경보호에도 나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늘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행동방식과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이들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실내활동에 제약이 생긴만큼 '의미 있는 야외활동'으로 눈을 돌린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일석이조 활동'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강원도 속초에 사는 일러스트 수업 강사 김현아씨(42)는 지난해 3월 '비치코밍'을 시작했다. 비치코밍은 해변 정화 활동 후 쓰레기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김씨는 "집 근처 영랑호 등대해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보고 충격을 받아 비치코밍을 시작해 1년 반 동안 95차례 참여했다"며 "같이 하자는 사람이 생긴 것을 보면 영향력도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최고 다이빙 명소로 꼽히는 마리아나 제도. (마리아나관광청)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대표적인 건 '플로깅'이다. 산책·조깅·등산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공보빈씨(24)도 플로깅에 빠져있다. 공씨는 "기후변화가 심해졌다는 뉴스를 보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플로깅을 시작했다"며 "3월부터 한 달에 두세 번 산에 오르거나 한강을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다"고 했다.

그는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등산하는 제게 '사고 쳐서 사회 봉사하러 온거냐'는 짓궂은 질문이 종종 날아오지만 그때마다 플로깅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치 활동'을 향한 MZ 세대의 관심은 온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6일 기준 플로깅 해시태그로 올라온 글이 4만2000여개, 비치코밍 5000여개, 플로빙 500여개에 달할 정도다. 바다나 산 정상 등에서 쓰레기봉투를 들고 찍은 인증샷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SNS를 통해 플로깅·플로빙 등의 가치를 타인과 공유하려는 사람도 많다. 클럽하우스, 인스타그램 등에서 플로깅·비치코밍을 홍보하거나 함께 할 '크루'를 모집하는 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운동의 중심에는 디지털에 익숙하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MZ세대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인터넷에서 활동을 정말 잘하고 인터넷 상의 교류나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다"며 "자신의 의견이나 활동이 SNS나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고 퍼질 때 인정욕구가 충족되고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형태의 환경 보호 움직임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플로깅이라는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더 참신하고 동참할 수 있는 환경보호 아이디어가 SNS로 많이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윤하 기자(sinjenny97@news1.kr),한상희 기자(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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