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가치와 충돌" 비판 쏟아져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중국에서 시어머니에 모유를 먹이는 며느리 모습을 담은 돌조각상이 논란 끝에 철거조치 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동부 저장성 후저우 잉판샨 공원은 논란 이후 당국이 개입에 나섰고, 돌상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돌상은 고대 복장을 입은 한 여성이 상의를 들어올려 가슴 한쪽을 내놓고 옆에 앉은 나이든 여성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주 한 관광객이 돌상을 보고 공원에 항의한 뒤, 사진과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온라인상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공원 측은 처음엔 "민원을 제기한 분이 아직 어려서 효도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돌상은 원나라(1260~1368) 때 구오쥐징(곽거경)이 효에 대한 유교적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당시 민간에서 전해지는 효자 이야기 24편을 수집해 편찬한 책 '24효'의 한 가지 사례를 형상화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중 돌상은 당나라(618~907) 때 관료인 쿠이 샨난의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할머니는 시어머니가 나이 들어 이가 모두 빠지자 매일 모유를 먹여 시어머니의 건강을 돌봤다고 한다.

공원 측은 이러한 설명과 함께 "우리가 24효를 못 보여준다면, 중국의 효는 어디 갔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대중은 돌상에 묘사된 행위는 현대의 가치와 충돌한다며 반발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현대 세계에서 시어머니에게 젖을 먹이는 여성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우리는 모든 전통을 따를 필요는 없다. 좋은 것은 지키고 나머지는 무시할 수도 있다"고 했다.

효도의 개념은 고대 중국 문화에서 강력한 역할을 했다. 부모에 대한 효는 "통치자가 죽으라 하면 죽고, 아버지가 죽으라 하면 아들은 죽는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통치자에 대한 충성 개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4효에 나온 이야기 중엔 현대에 들어선 부정적이고 부적절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례도 많다.

한나라(25~220) 때 궈주라는 남성의 사례가 극단적인데,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난에 빠져 어머니를 봉양하기 어렵게 되자 아들을 죽였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그는 부인에게 "아들은 또 낳으면 되지만, 어머니는 다시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부부는 아들을 묻으려 땅을 파다 금 단지를 발견, 신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또 한 70대 남성이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아이 옷을 입고 땅에 쓰러져 우는 시늉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중국 근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당대 최고의 사상가 루쉰은 "고대인에 대한 모욕이자, 미래 세대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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