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기업 20곳 가운데 30%만 기부금 지출

배당금 수천억 챙겨…"사회적 책임 등한시" 지적도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지만 국내 진출한 명품 기업들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본사에 2600억원 가까이를 보냈지만 한국 사회에 기부한 금액은 22억원에 불과했다. 본사에 배당금 명목으로 수천억을 보내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부를 아예 하지 않거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에서 단물만 빼먹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명품을 사기 위한 대기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명품에 어울리는 사회적 책임 의식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상황이란 지적이다.

◇매년 수천억 벌어들이는데…기부금은 '쥐꼬리'

16일 <뉴스1>이 루이비통코리아·샤넬코리아·에르메스코리아 등 명품 기업 20곳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기부금 총액 22억1499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배당금과 수수료 명목으로 본사에 보낸 돈은 무려 2580억3100만원에 달했다. 본사에 보낸 돈의 1%도 한국 사회를 위해 쓰지 않은 셈이다.

또 지난해 기부금을 지출한 기업은 6곳(30%)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억대 기부금을 지출한 기업은 샤넬코리아·에르메스코리아·한국로렉스 3곳 뿐이다.

지난해 기부금을 가장 후하게 지출한 명품 기업은 한국로렉스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20% 줄어든 2329억원, 영업익은 49% 감소한 283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기부금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보복 소비' 여파로 지난해 '오픈런' 대란을 일으킨 샤넬코리아도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기부금을 유지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전년 대비 기부금을 1억원 가량 늘렸다. 지난해 기부금은 3억원대를 기록했다.

일부 기업은 기부금 액수를 늘렸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기부금 액수를 전년(400만원) 대비 1080만원까지 소폭 올렸다. 다만 이는 디올 핸드백 2개 값에 불과한 액수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부금 '0원'을 기록한 펜디코리아도 119만원을 기부금으로 썼다.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루이뷔통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벌어들이며 보복 소비 특수를 누렸지만 기부금은 '0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한 프라다코리아·입생로랑코리아·보테가베테코리아·발렌티노코리아·페라가모코리아는 기부금 '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를 제외한 명품 브랜드들이 실적 한파를 겪으면서 기부금 항목을 없앤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5곳 가운데 3곳이 두 자릿수 매출 하락을 겪었다.

오메가 시계를 판매하는 스와치코리아와 불가리코리아 등 명품 주얼리 기업도 기부금엔 인색했다. 이 밖에 부쉐론코리아·쇼메코리아·몽클레르코리아·토즈코리아·골든구스코리아·로저비비에코리아도 사업보고서에 기부금 항목을 기재하지 않았다.

◇기부엔 인색한데 수백억 '배당·수수료 잔치'

기부금에 인색한 명품 기업들이 배당금을 명목으로 매년 수천억원을 챙기며 '배당 잔치'를 벌였다. 루이비통코리아·에르메스코리아·한국로렉스·스와치그룹코리아·불가리코리아 등 명품 기업 5곳이 지난해 배당금 명목으로 챙겨간 금액만 214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가장 많은 배당금을 챙겨간 기업은 에르메스코리아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보복 소비' 덕분에 호황을 누린 에르메스는 배당금으로 840억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은 85%에 달한다.

기부금을 한 푼도 쓰지않은 루이비통코리아도 배당금 명목으로 본사에 500억원을 보냈다. 지난 2011년에 유한회사 전환 직전에는 매출이 지난해 반토막 수준이지만 2억1100만원을 기부금을 지출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로렉스와 스와치그룹코리아(오메가·론진 등)도 수억원대 배당금을 보냈다. 이들 배당금은 각 250억원·200억원을 기록했다. 기부금 '0원'을 기록한 불가리코리아도 배당금으로 140억원을 보냈다.

배당금 대신 수수료 명목으로도 많게는 수십억원을 보낸 기업들도 적지않다. 프라다코리아·입생로랑코리아·보테가베네타코리아도 지난해 경영자문수수료 및 업무용역 등을 명목으로 각 50억원·92억원·72억 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처럼 콧대 높은 외국계 기업 및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낮은 기부금 액수와 고배당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국내에서 수천억원을 벌어들이면서도 기부금엔 인색한 모습을 보이며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잇단 기부 릴레이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 시장에 진출한 명품 기업들은 달리 일반 패션 기업이 매년 수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루이비통코리아(1조468억원)와 비슷한 비슷한 매출을 기록한 국내 패션 기업들의 기부금은 10억원을 넘겼다. 1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한섬(1조1959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1조3255억원)의 지난해 기부금 액수는 각 15억·14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LVMH가 산하 브랜드인 디올·지방시가 향수·화장품 공장에서 손 세정제를 생산해 기부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국내에서는 사회적 책임 실천에 소극적"이라며 "기부가 기업의 의무는 아니지만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막대한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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