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뉴스에서나 보던, 내 주위에는 없을 것 같은 일이었습니다. 삼형제 중 둘째 동생을 잃을 뻔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 정말 감사합니다."

A씨가 지난 8일 서울경찰청 '칭찬합시다'에 올린 글 내용 일부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동생(31)을 구조해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경찰관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한 대한민국 경찰에 대한 감사 글이었다.

◇ 투자 실패 등으로 극단 선택 하려던 30대

A씨는 지난 7일 오전 동생으로부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들었다. 이후 동생의 회사에서 '출근하지 않았다'는 연락까지 받았다.

동생은 지난해 지인들과 함께 마스크 유통사업을 시작했으나, 5000만원 사기를 당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최근 암호화폐 투자에 나섰으나 1억8000만원 손해를 보기까지 했다.

A씨는 동생이 투자실패 등으로 무기력하고 힘들어하는 걸 알았지만, 잘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동생의 아픔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결국 A씨는 오전 11시5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동생을 찾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A씨에게 동생의 컴퓨터에서 인터넷 접속기록과 유튜브 시청기록을 확인하고, 주거지 등을 찾아보라고 했다.

우려했던 것처럼 동생은 이날 새벽 컴퓨터에서 '극단적 선택' 관련 영상을 검색하고, 시청한 상태였다. 경찰은 주거지 인근 조사는 물론 한강공원 등지까지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동생은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됐고, 동생을 찾지 못한 A씨는 손을 놓으려 했다.

◇ 정민호 경위 "한 번만 더 찾아보자"…극단선택 직전 동생 구조

이때 한 경찰관이 등장했다. 이날 오전부터 함께 동생을 찾은 서울 강북경찰서 실종수사팀의 정민호 경위(44)였다.

당직근무를 하던 정 경위는 A씨에게 "한 번만 더 찾아보자"고 말했다. 단서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동생의 카드이용내역을 살펴보기로 했다.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카드사에 요청해 동생의 카드내역을 보기 위해서는 '영장'이 필요했고, 그렇다고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아는 것도 아니었다.

이때 마침 동생의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아는 동생 친구를 알게 됐다. 겨우 동생의 카드이용내역을 보게 된 정 경위, A씨, 동생 친구는 이날 오전 동생이 집 인근 모텔에서 카드로 결제한 내역을 확인했다.

셋은 즉시 모텔로 향했다. 정 경위는 모텔 측으로부터 마스터키를 받아 동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방에 가 문을 열었다. 그렇게 동생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던 직전 구조됐다.

정 경위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직장도, 삶도 어려운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특히 암호화폐 투자 실패나 보이스피싱 등으로 좌절하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정 경위는 "이번 경우는 안타까운 일을 겪지 않게 돼 정말 다행"이라며 "부디 투자나 금융관련 전화 등은 조심하고, 잘 버티면 좋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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