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허버허버' 이어 'ㅗㅜㅑ' 이모티콘 판매 중지

혐오 표현 기준 없이 여론에 휘둘린다는 지적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카카오가 최근 연이어 혐오 표현 논란이 일고 있는 신조어 이모티콘 삭제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허버허버'(음식물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나타낸 신조어)에 이어 여성혐오 표현으로 지적받는 'ㅗㅜㅑ'(타인의 신체를 평가할 때 나타내는 감탄사)가 사용된 이모티콘을 판매 중지했다. 카카오는 젠더와 관련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중립성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카카오가 혐오 표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여론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버허버', 'ㅗㅜㅑ' 이모티콘 판매 중지

카카오는 지난 18일 'ㅗㅜㅑ'라는 표현이 사용된 이모티콘 '스웨그한 옥쨩의 SNS티콘'의 판매를 중단했다. 'ㅗㅜㅑ'는 '오우야'에서 모음을 따온 인터넷 신조어로 주로 타인의 신체를 평가할 때 일종의 감탄사로 사용된다. 여성의 성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는 이른바 '야짤'(야한 짤방)에 대한 반응, 성적 대상화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여성혐오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이모티콘 판매 중단 조치에 대해 카카오 측은 "특정 젠더와 관련된 민감한 단어로 이용자들에게 불쾌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라며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상품 판매를 종료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5일 '허버허버' 관련 이모티콘을 판매 중지했다. 해당 이모티콘은 치즈덕 작가의 '망충하지만 적극적인 치즈덕'과 로잉 작가의 '민초가 세상을 지배한다! 민초토끼!', 컨셉토끼 작가의 '과몰입 망붕왕! 망상토끼' 등 4종으로 '허버허버'라는 문구와 함께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캐릭터들이 그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허버허버'는 음식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나타낸 인터넷 신조어다. 주로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상황의 이미지와 함께 인터넷 밈으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당 표현을 사용한 유튜버, 방송 예능 프로그램, 이모티콘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구독자 100만을 앞뒀던 요리 유튜버 '고기남자'는 최근 '허버허버' 논란으로 구독자 수가 약 99만9000명에서 87만명으로 급감했다.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여초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이 남자친구가 음식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헐뜯는 과정에서 '허버허버'라는 표현이 유행하기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여초 사이트에서 주로 쓰인다는 점, 남자친구를 비하하는 과정에서 유래한 표현이라는 점에서 남성 혐오적 성격을 갖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용어 사용의 맥락을 살폈을 때 '허버허버'가 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초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는 맞지만 특정 성별과 관계없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행위를 나타낼 때 주로 사용되는 등 남성 비하의 의미로 사용되는 빈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혐오표현에 대한 불명확한 기준…여론 따라가는 카카오

문제는 카카오의 대응이 혐오 표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여론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다수의 이용자가 특정 표현에 대해 혐오 표현이라고 민원을 넣으면 여론을 살펴 이모티콘 판매 중지 등의 조치를 내리는 식이다. 젠더 이슈에 대해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로서 민감한 젠더 이슈에 대해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두기보단 중립성이 필요하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증오와 차별, 혐오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회적으로 눈높이를 맞춰 이용자 의견에 기울여 가며 대응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혐오 표현 논란에 대응할 경우 사회적 혐오·차별 확산을 막는다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카카오 측의 대응에 대해 권김현영 여성주의 활동가는 "악성 민원과 사회운동의 차이는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전망과 책임 의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되면 혐오 표현과 악플을 없애는 게 아니라 악성 민원과 꼬투리 잡기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혐오 표현을 문제 삼는 이유는 혐오와 차별이 조장되기 때문이지 말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플랫폼 사업자의 혐오 표현 대응은) 얼마나 혐오와 차별을 낳는지 구체적 해악을 고려하고 어느 게 중대한지 규제에 대한 관점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남성혐오, 여성혐오 둘 다 나쁜 것이라고 접근하게 되면 규제 목적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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