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정부가 설 연휴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를 완화하면서 국내 감염세가 안정과 재확산이라는 중대기로에 놓였다. 잠복기를 고려하면 2주 뒤에 성적표가 나올 전망이지만 전문가들은 확산세가 여전하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수도권은 2단계로, 비수도권은 1.5단계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영화관, PC방, 오락실, 학원, 독서실, 대형마트 등 일반관리시설의 운영시간 제한이 해제됐다. 식당·카페의 매장 내 취식 시간과 방문판매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 중점관리시설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1시간 늘어난다. 식당·카페는 10시 이후 배달 영업이 가능하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났던 방문판매홍보관을 제외하고 일반관리시설(영화관·PC방 등)과 다중이용시설(식당·카페·노래연습장·실내체육시설 등)의 운영시간 제한이 없어졌다.

이는 강화된 방역 조치로 인한 국민적 피로도와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PC방, 헬스장, 노래방 등 중소상인들이 '오픈시위'에 돌입해 방역 정책에 불복하기도 했다.

감염 우려가 높은 설 연휴 직후 방역정책이 완화된 만큼 안정과 확산의 갈림길에 놓였다는 평가다. 통상적인 코로나19 잠복기가 4~14일 정도인 만큼 2주 뒤에 방역 정책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수도권은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수도권의 거리두기 완화는 성급했다고 본다"며 우려했다. 그는 "경제를 고려하면 차라리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유지하고 영업 허용시간만 10시까지로 완화해 숨통을 틔워주는 게 나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이번 주말 정도에 설 연휴의 감염 영향을 보면서 결정하는게 정확했을 것"이라며 "완화 정책이 확산세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요인인 만큼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자율방역'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이번 조정방안의 핵심은 '문을 닫게 하는 방역'에서 '스스로 실천하는 방역'"이라며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방역을 과감하게 시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천 교수는 "여전히 마스크도 안 쓰는 분들이 많다"며 자율방역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마스크를 안 쓰면 과태료나 벌금을 철저히 물리는 식으로 확실히 제재해야 시민들이 조치를 지킬 수 있다"며 "스스로 지켜도 남이 안 지키면 의미가 없는 만큼 정부가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왜 자율방역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의문"이라며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 나온 이야기라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단계별 정도에 따라 시민 자율방역과 정부주도 방역을 적용하는 등 기준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강한조치 계속되면 피로도로 방역지장…적절하다" 의견도

반면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강한 조치가 계속되면 피로도 때문에 오히려 방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려면 완화된 거리두기 조치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부 시설이 항상 문제였다"며 "이들 시설에 대한 방역 조치는 강화하되 정책에 협조한 대다수 시민에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역 정책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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