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40년간 여러분의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폐업합니다. 고객님들 모두 건강하세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김치찌개 백반과 삼겹살 구이를 팔며 터줏대감처럼 직장인들을 맞아온 한 식당이 지난달 말 폐업했다. 가게 옆에는 손님들에게 폐업 소식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맛집'답게 방송 프로그램이나 신문 지면에도 자주 등장한 식당이었다. 그러나 재택근무 등으로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이 줄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을 넘긴 코로나19 타격이 누적되면서 유명 식당도 더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맛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에 언급되거나 유서 깊은 식당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종로구 사직단 인근의 한 주점은 내달 7일자로 문을 닫는다고 예고했다. 한옥 외관을 살린 채 내부를 개조하고, 한국 식재료에 유럽·지중해식 요리법을 써 '미쉐린 플레이트'(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에 등재된 곳이다.

주점을 종종 찾았다는 공윤성(28) 씨는 30일 "서촌 한쪽에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곳이라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가기도 어려웠던 곳"이라며 "그렇게 힘든 줄 몰랐는데 폐업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2019년까지 '미쉐린 빕 구르망'(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선사하는 친근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 선정된 종로구 삼청동의 한 갈비 요리 식당도 영업을 중단했다.

관할 구청에 폐업 신고가 되지는 않았으나 지금은 작년분 공과금 고지서만 문 앞에 쌓인 채 황량했다. 식당 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코로나 사태 영향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가을부터 간판에 불이 켜진 것을 본 기억이 없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삼청동은 코로나 사태 이후 유동 인구가 거의 없어 웬만한 식당은 임차료 200만원 이상을 내며 버티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유명 식당까지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왔다.

에드워드 권(본명 권영민)은 지난달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을 언급하며 "10년 했던 식당을 닫는다"고 말했다.

권씨의 식당은 강남구 청담동에서 한국식 프랑스 요리를 선보여 세계 레스토랑 1천곳을 뽑는 프랑스의 미식 가이드 '라 리스트'에 매년 이름을 올렸다. 최근 그는 '집콕 자취생 집밥'을 콘셉트로 간단한 한식 요리를 가르쳐주는 유튜버로 변신했다.

어려움에 빠진 식당들을 안타까워하며 이용을 늘려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식당과 직접 소통하는 데 익숙해져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활정보를 나누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식당을 직접 찾거나 배달을 받은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3) 씨도 그중 하나다.

김씨는 "자주 가는 식당도 손님이 줄어 혼자 가게를 지키는 일이 많다고 한다"며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음식을 찾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했다.

폐업 위기에 놓인 중소 상인들은 방역 조치로 인한 손실보상과 영업시간 연장을 요구한다.

음식점·제과점·PC방·헬스장 등 업종별 단체 10여곳과 참여연대는 정부가 최근 논의 중인 영업손실 보상과 관련해 ▲ 작년까지 소급 적용 ▲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적용 ▲ 실제 손해만큼 실질 보상 ▲ 긴급대출 병행 ▲ 정부·임대인·금융권과 고통 분담 등 5대 원칙을 담은 편지를 최근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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