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이율립 인턴기자 = "지금 세계 각국의 코로나 정책과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는 '더 그레이트 리셋(The Great Reset)'이라는 제목의 영상의 일부 내용이다.

이 영상은 제목만 영어이고 나레이션과 자막은 모두 한글이다. 약 20분 분량으로 각종 통계 자료와 그래프를 동원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이 언론에 의해 과장됐으며, 이는 각국 정부가 공포를 조장해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음모론을 편다.

또한 "왜 치료제를 막고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는지 깨달아야 한다"며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15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 게재된 이 영상은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널리 확산하고 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이 영상이 공유된 게시물에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눈 멀쩡하게 뜨고 속는 세상에 살게 되다니 통탄스럽다", "백신으로 인한 노예의 삶을 받아들이고 통제사회로 가는 것을 그냥 다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느냐"는 등 영상의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연합뉴스는 이 영상이 제기한 여러 주장과 그 근거로 제시한 자료가 사실인지 검증해 봤다.



◇코로나19 사망자, 말라리아 30분의 1?…현재는 말라리아 2.5배

우선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노로바이러스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훨씬 적다'는 주장을 살펴봤다.

이 영상은 "사실 코로나19는 우리 생각처럼 그리 큰 질병이 아니다"라며 "노로바이러스에 비하면 사망률이 겨우 8분의 1 수준, 말라리아와 비교했을 때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다른 질병에 의한 하루 사망자 수를 비교한 그래프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70명, 노로바이러스와 말라리아가 각각 548명, 2천2명으로 얼핏 보기에 영상의 주장이 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그래프의 원본을 보면 이러한 주장이 코로나19 발발 1년여 경과한 현 시점의 실상과 한참 거리가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그래프의 제목은 '전 세계 일일 질병 사망자 수(Disease Deaths per Day Worldwide)'인데, 데이터 시각화 사이트 '인포메이션 이즈 뷰티풀 (information is beautiful)'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 의학저널 랜싯(Lancet)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문제는 이 그래프에 적힌 날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13일'로, 이로부터 10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과는 전혀 동떨어진 내용이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21일 기준 206만6천176명으로,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작년 1월 11일 이후 일평균 5천480명이 사망한 셈이다.

'인포메이션 이즈 뷰티풀' 역시 통계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일평균 사망자 수가 말라리아(2천110명)와 노로바이러스(548명)보다 각각 약 2.5배, 9.7배 많은 5천316명으로 나와 있다.

더구나 영상이 인용한 그래프에는 애초에 "주의. 현재 잠재적 팬데믹의 초창기로 이 숫자는 바뀔 가능성이 있다"라는 문구까지 적혀있다.

그런데도 영상은 10개월 전 그래프를 인용하면서 기준 날짜나 주의 문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마치 해당 통계가 현재 상황인 것처럼 주장을 펼쳤다. 이 영상이 비교적 최근인 지난 15일 게재된 만큼 철 지난 자료를 인용한 의도에 의구심을 자아낸다.

◇사스·메르스와 사망자 비슷?…코로나19가 2천 배 이상 많아

이 영상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월등히 많으나 사망자 수를 봤을 때는 메르스나 사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도 주장했는데, 여기서도 11개월 전 그래프를 인용해 사실을 왜곡했다.

이 그래프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작년 2월 11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와 WHO 통계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역시 코로나19 확산세가 고점에 이르기 한참 전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전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만3천118명, 누적 사망자 수는 1천18명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사망자 수와 거의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1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 9천561만여명, 사망자 수는 206만여명으로 영상이 인용한 통계보다 각각 2천 배 이상이다. 이는 WHO가 집계한 사스(774명), 메르스(881명) 사망자 수보다 각각 2천70배, 2천345배 이상 많다.

단, 코로나19가 메르스나 사스와 비교해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설명은 사실에 부합한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은 22일 현재 전세계적으로 2.1% 수준이며, 사스는 2003년 종식 당시 기준 9.6%, 메르스는 작년 말 기준 34.4%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200만 명을 넘어선 데다 전파력이 일부 선진국 의료시스템마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것으로 확인된 현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다른 질병에 비해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은 극히 단편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감기 환자가 코로나 확진자로 둔갑?…감기·코로나19 모두 감소한 '호주·뉴질랜드' 사례

이 영상은 병원을 찾은 일반 감기 환자도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해 코로나19 통계가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폈다.

영상은 "단순히 미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은 환자들임에도 확진 키트에 의해 모두 코로나19 확진자로 집계되었다는 것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면서 "때문에 감기나 독감 환자는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고 대신 그 자리를 코로나19 확진자가 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기·열 증세를 보인 환자 수가 지난 5년(2015∼2019년)에 비해 작년 한 해 확연히 줄어든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소개했다.

코로나19 음모론 제기 영상은 이 그래프를 토대로 '감기 환자가 줄어든 대신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 그래프는 호주와 뉴질랜드 통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이 두 국가에서는 이 시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그래프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15만 명의 기침·열 등 감기 증상을 추적하는 온라인 사이트 플루트래킹(Flutracking.net)이 제작해 미네소타대의 감염병연구정책센터(CIDRAP)에 제공한 것으로, 두 나라 사례에 국한된다.

더구나 두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감기 증세 환자 수가 줄어들 때 늘어나기는커녕 함께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감염병연구정책센터는 이러한 내용을 다룬 기사에서 플루트래킹 창립자 크레이그 돌턴 의학 박사를 인용 '거리두기, 자가격리, 나이트클럽 폐쇄와 같은 적극적인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감기 환자 수까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즉, 철저한 방역으로 코로나19 감염뿐만 아니라 감기 환자까지 줄어들었다는 분석인데, 이는 영상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로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는 같은 기간 감기 증세 환자 수 그래프와 대체로 유사한 모양이다.

그런데도 영상은 그래프가 호주와 뉴질랜드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나 원출처도 소개하지 않고 '감기 환자를 코로나19 환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상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거의 1년 전 통계나 자료를 가지고 '코로나19는 심각한 질병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가 하면, 인용한 원자료와 정반대되는 내용으로 호도했다. 또 일부 국가의 통계를 전세계 통계인양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영상을 동영상 플랫폼에 게재한 '스피카 스튜디오'는 주로 음모론을 제기하는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가 유튜브에 의해 폐쇄됐다. 이 채널 운영자는 지난달부터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동영상 플랫폼과 블로그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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