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날지 못하는 피터팬 웬디 두 팔을 하늘 높이’ (하동 날다)
‘날지 못하는 피터팬 웬디 두 팔을 하늘 높이’ (화이트)
‘마음엔 행복한 순간만이 가득’ (하동 날다)
‘마음엔 행복한 순간만이 가득’ (화이트)
두 작품이 같다.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한 작품은 지난해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대상작이다. 또 다른 작품은 지난 1994년 가수 유영석이 발표한 '화이트'(White)라는 곡의 가사다.
인용일까, 표절일까.
유영석이 저작권을 침해당한 것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19일 ‘디스패치’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에 벗어난 행동이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고려대 대학원생 손 모씨는 ‘2020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제6회 디카시공모전’에 ‘하동 날다’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해당 작품은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 유영석의 ‘화이트’ 가사와 똑같다는 것.
실제로, 5행시 중 4행이 동일했다. 첫줄 ‘꽃잎이 흩날리면 꽃잎 따라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를 제외하고는 유영석의 가사를 그대로 가져왔다.
‘꽃잎이 흩날리면 꽃잎 따라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 날지 못하는 피터팬 웬디 두 팔을 하늘 높이 / 마음엔 행복한 순간만이 가득 / 저 구름 위로 동화의 나라 닫힌 성문을 열면 / 간절한 소망의 힘 그 하나로 다 이룰 수 있어.’ (하동 날다 中)
‘날지 못하는 피터팬 웬디 두 팔을 하늘 높이 / 마음엔 행복한 순간만이 가득 / 저 구름 위로 동화의 나라 닫힌 성문을 열면 / 간절한 소망의 힘 그 하나로 다 이룰 수 있어’(화이트 中)
유영석은 “5행시를 다 쓴 것도 아니고, 4행은 뺏기고 아닌 척 첫줄만 다른 걸로 썼다”며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석은 표절에 대해 꼬집었다. “창작을 하다 보면 우연히 비슷한 것들은 나올 수 있다”며 “양심을 얼마나 속이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그분(손씨)은 양심을 많이 속인 것 같아서 속상하다”며 “인접권 침해에 대해서는 저작권 단체와 상의해볼 예정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최 측인 '한국디카시연구소'는 지난해 9월, 뒤늦게 손씨의 작품을 대상 선정에서 취소했다. “5행의 시적 문장 가운데 4행을 다른 사람의 글로 작성한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대상 취소에 불복했다. 공모전 조건에 '창작'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 '인용'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디카시연구소 사무국장 A씨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디카시연구소 측은 ‘인용’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사진은 물론이고 시적 언술 역시 창작자 본인의 것이어야 함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씨는 사무국장 A씨에게 문자를 보내고, SNS 등에도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의 글들을 다수 올렸다”고 털어놨다.
한편 손씨는 문학 공모전에서도 표절 논란을 일으켰다.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를 그대로 베껴 출품했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등 5개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