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첫날인 지난 4일 오전 1시께, 경북 구미시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허모(33)씨는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화면에서는 청년 4명이 2시간여 전 입실한 방에 또래 3명이 뒤이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허씨가 방역수칙에 따라 5인 이상 같은 방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자 시차를 두고 몰래 일행과 합류하려던 중 들통나고 말았다.

허씨는 "객실로 찾아가서 보니 남성 7명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며 "이들은 돈을 더 줄 테니 숙박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정부 방역 지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 안내한 뒤 나중에 온 3명은 퇴실 조치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됐던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지난 4일부터 돌아오는 17일까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호텔·모텔 등 숙박시설에서 단체 모임을 하고 있다.

이 기간 전국 숙박시설은 전체 객실 수의 3분의 2 이내로 예약이 제한되며 한 방에 5명 이상 투숙해서도 안 되지만, 이들은 여러 인원이 나눠 입장한 뒤 한 방에 모이는 등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친목 모임을 즐기려는 분위기다.

전남 목포시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모(36)씨도 얼마 전 난감한 일을 겪었다.

손님 16명이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일행인 척 입실한 뒤, 시간이 지나자 한 방으로 모인 것이다.

김씨는 "요즘 음식점과 술집이 일찍 문을 닫는 데다가 외부에서 5명 이상 만날 수도 없게 되면서 단체 투숙을 하러 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며 "해가 바뀌며 갓 성인이 된 청년들이 술 모임을 즐기기 위해 찾아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숙박시설에서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갖다가 적발될 경우, 숙박시설 운영자에게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방역 관련 비용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이에 다수 숙박시설 운영자들은 CCTV 등을 통해 위반 사례를 상시 점검하고 단체 투숙객들에게는 퇴실을 요청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일이 막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숙박시설 운영자 김씨는 "요즘은 근무하는 내내 CCTV 화면을 보고 있지만,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투숙객들끼리 모일까 불안하다"며 "애플리케이션으로 투숙 인원을 속여서 예약할 경우 이를 알아내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손님들은 퇴실 요청을 해도 듣지 않아 경찰을 부른 적도 있었다"고 한숨 쉬었다.

경기 수원시의 한 모텔 운영자도 "5인 이상 몰래 투숙하려다가 들통난 손님들에게 퇴실해줄 것을 요청하자 환불해달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의 경우 현장 단속에는 여러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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