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그 영상으로 저희 매장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식당으로 낙인찍혀 버렸습니다."

대구의 한 무한리필 간장게장집 사장이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유튜버의 거짓 방송으로 피해를 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구독자 60만 명이 넘는 유명 맛집 리뷰 유튜버가 이 식당이 음식을 재사용한다며 고발 영상을 올렸는데 사실이 아니었던 겁니다.

해당 유튜버는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 영상을 내보냈지만, 지역 맛집이던 식당은 이미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최근 유튜브에 빈번히 올라오는 폭로·저격성 콘텐츠.

'유명 기업의 실체', '인기 많다는 음식점의 민낯' 같은 제목으로 특정 업체와 제품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폭로하는 식입니다.

유튜버의 영향력이 커지며 해당 콘텐츠를 신뢰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는데요.

올해 한 유튜버의 내부고발성 발언으로 뒷광고 실체가 알려졌듯이 폭로성 콘텐츠가 사회 부조리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기능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콘텐츠가 조작이나 허위 정보로 밝혀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 9월 한 유튜버가 제품 결함을 주장하며 해당 브랜드와 유통 업체를 거침없이 비난했는데요.

그러자 제품 유통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입장문을 내 "이런 자극적이고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영상에 대해 묵과하면 안 됨을 느꼈다"고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7월엔 한 자동차 리뷰 유튜버의 테슬라 차량 리뷰 영상이 조작으로 드러났습니다.

테슬라 차량이 갑자기 배터리가 방전된 것처럼 상황을 연출해 지인의 견인업체 홍보를 한 겁니다. 6월에는 한 '먹방' 유튜버가 배달원이 자신이 주문한 음식 일부를 먹었다고 주장했다가 연출이라며 사과했는데요.

그러나 조작 방송에 피해를 본 업체는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이 조회수와 구독수를 늘리고자 좀 더 자극적이고 엽기적, 부정적, 폭력적 콘텐츠를 만들게 된다"며 "경쟁 심리가 작용해 범법 행위를 하거나 가짜뉴스까지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유튜버는 조회수에 따라 소득이 결정된다"며 "관심을 끌 주제나 선동적인 아이템을 팩트 체크를 정확히 거치지 않고 방송하기 급급하다 보니 무리수를 두고 피해자가 나오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비자나 구독자도 이게 사실인지 허위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는데요.

윤리 의식이 결여된 일부 유튜버들은 조작·허위로 영상을 제작해도 대부분 사과로 상황을 무마합니다.

하지만 '아니면 말고' 식 콘텐츠에 타격을 받은 피해 업체들은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간장게장집 사건처럼 자영업자는 법률 대응도 녹록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데요.

물론 콘텐츠를 관리하는 유튜브는 폭력성, 선정성 등 허용되지 않는 영상을 삭제하고 경고 횟수가 쌓이면 채널 해지 등의 조치를 합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워낙 방대하고 규제 카테고리가 포괄적인데다가, 정보의 진위는 판단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데요.

현행법상 실질적인 규제책도 없어 결국 피해 당사자가 법적 소송을 하거나, 유튜버들의 책임 의식과 자정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하서정 홈즈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공개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경제적인 손해를 입힐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다만 공익 목적이 인정되면 무죄 여지가 있다. 법규를 보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면 (유튜버들이) 훨씬 더 조심스럽게 방송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지난 10일 국회에선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 명예를 훼손할 경우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5배 이내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유튜버 규제와 관련 표현의 자유 침해를 경계하는 가운데, 늘어나는 허위·조작 콘텐츠 피해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는데요.

이은희 교수는 "최소한 문제 된 상황을 어떻게 적절하게 규제할 수 있는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당국이 제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한명현 인턴기자 주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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