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토하고 깨어나면 또 때리고…결국 죽인 뒤에 사체 사진을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알리고…'

'오산 백골시신' 사건을 주도·계획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20대 남성들이 벌인 끔찍한 범행 당시 현장을 진술한 내용이다.

사전범행 계획부터 살인까지 이 사건을 핵심적으로 끌고갔던 김모씨(23)는 특정 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지난 14일,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또 그의 지시를 받은 변모씨(23)와 현재 군인신분인 최모씨(23)는 피유인자 살해 등 혐의로 각각 징역 25년,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일명 가출팸(가출 아동·청소년들의 집단생활을 지칭하는 말)의 일원이던 A군(당시 16)을 사건현장까지 유인한 혐의(미성년자 유인)로 기소된 정모군(19)과 김모양(19)은 가정법원 소년부 송치로 결정됐다.

◇11개월 만에 밝혀진 '오산 백골시신' 사건

오산 백골시신 사건은 지난 2019년 6월6일 이른 오전 시간대, 경기 오산시 내삼미동 소재 한 야산에서 묘지 벌초를 하던 시민에 의해 백골 1구를 발견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수사를 담당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발견된 백골이 관속에 없고 흙 속에 파묻힌 상태에서 발견된 점을 미뤄, 시신유기에 대한 가능성도 염두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 DNA 감정에 따르면 발견된 백골 1구는 15~17세 남성으로 혈액형은 O형, 신장은 164~172cm으로 추정됐다. 치아 상태가 고르지 못하며 머리카락은 갈색 계열로 염색해 최장 8cm였을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경찰은 백골시신에 대한 특정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워 '신원불상 변사자(남성) 공개수배'라는 전단까지 제작해 전국에 배포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광역수사대를 중심으로 44명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국과수의 DNA 감정결과를 토대로 전국 가출자, 장기결석자,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등을 대상으로 총 4만여명을 발췌해 역추적에 나섰다.

그러던 중 SNS 프로필 사진에 숨진 A군과 유사해 보이는 반지와 귀걸이를 착용한 10대 남성을 확인하고 최종행적과 가출팸 일행을 탐문수사한 끝에 김씨 등 총 5명을 지난해 8월 모두 검거했다.

수사기관에서 이뤄진 조사에서 이들은 지난 2018년 9월8일 오산시 내삼미동 한 야산에서 A군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사전에 준비한 범행도구로 사체를 땅속에 묻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출팸 A군이 생전 착용하고 다녔던 반지.(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뉴스1

◇김씨의 또다른 범죄 발설했다는 이유로 '보복살인'

김씨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숙소생활을 하며 가출팸 일원들을 관리했다.

가출팸 일원들은 김씨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돈을 빼앗기고 했으며 심지어 타인의 체크카드를 전달하는 일도 강요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2018년 4월, A군이 가출팸 일원에서 탈퇴하기 위해 달아났고 그러고난 2달 뒤, 별건의 사건으로 수사기관에 붙잡힌 A군이 김씨에 대한 그동안 범죄사실을 진술하고 관련된 증거물을 제출까지 했다.

김씨가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후, 추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 A군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계획하기로 했다.

이때 A군을 잘 알고 있다는 김양에게 범행장소까지 데리고 오라고 지시하고 김양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A군에게 '문신을 해주겠다'는 말로 속여 2018년 9월8일 오산역까지 유인했다. 이때 김양은 친구인 정군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씨와 최씨도 마찬가지로 김씨가 계획한 범행에 가담하기로 했는데 변씨는 A군과 일면식이 없기 때문에 문신업자로 위장해 오산역에서 공장 컨테이너 창고까지 데리고 오는 역할을 맡았다.

그 사이 김씨는 잡화점 및 철물점 등에서 마스크, 장갑, 삽 등 범행도구로 이용할 물건을 구입하고 A군을 기다렸고 범행장소에 나타난 A군을 상대로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A군이 기절한 뒤 피를 토하며 깨어나면 또 때리는 등 반복적으로 폭행했다. A군이 사망한 뒤에는 공장 컨테이너 창고로부터 92m 떨어진 야산에 묻었다.

A군을 매장하기 전, 이들은 A군의 사체를 사진으로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범행사실을 이야기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향후 범행이 발견될 것을 우려한 이들은 A군의 옷을 전부 벗겨 매장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 이찬열 부장판사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보호될 가치이며 특히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것으로 회복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가출한 미성년자를 상대로 사전에 범죄를 공모하고 모의하는 등 조직적 범행으로 그 살인방법도 잔인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 범행이 발각될 때까지 별다른 죄책감 없이 생활한 점,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와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평가 결과, 높음수준에 해당하는 등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핵심 피고인 '항소제기'…미성년자 유인한 2명 '소년재판'

김씨와 변씨는 원심판결이 내려졌던 재판부에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다.

수원고법 관계자는 "김씨 등 2명은 원심 판결이 이뤄졌던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며 "항소사유서가 아직 제출되지 않아 정확한 항소제기 이유는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군인신분인 최씨는 지난 21일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불구속 상태로 소년부 송치로 결정된 정군과 김양의 경우는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소년재판은 검찰이 구형하고 피고인의 변호인이 방어하는 일반적인 형사재판과는 다르다. 재판장과 행위자(소년) 사이에서만 재판이 이뤄진다. 때문에 검찰의 구형도 없다.

법원의 조사관이 정군과 김양에 대한 성장과정, 교육과정, 가정환경 등 전수조사를 재실시한다. 물론,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이뤄진 이들에 대한 조서문건도 함께 넘겨받기 때문에 정군과 김양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아예 배제되지 않는다.

정군과 김양은 불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별도의 제약된 공간에서 조사를 받지 않지만 재판장의 판단에 따라 당장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하면 이들은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보내진다.

자신이 지은 범죄에 대한 양형만큼 처벌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본질이라면 소년재판은 교화·교육에 더 목적을 둔다.

따라서 볼펜을 훔치는 아주 사소한 범죄일 지라도 행위자(소년)들에 대해 전수조사에서 교육환경이 부적절하다 싶으면 소년분류심사원에 구속될 수 있다.

반대로 살인을 저지른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전수조사를 통한 교육환경이 잘 마련됐다면 구속을 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소년분류심사원을 가게 되더라도 학교 이수과정을 밟는 것이랑 마찬가지기 때문에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며 "구속이라는 표현보다는 '울타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군 검찰은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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