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준 성장한 인물, 깊게 기억돼 기뻐"

배우 김정현은 지난 16일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으로 도망친 사업가 구승준 역을 맡아 서단(서지혜 분)을 통해 성숙한 사랑을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능글맞은 사기꾼으로 등장하더니 끝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 죽음을 맞기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표현했다. 김정현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고 시청자들은 '승준앓이'로 화답했다. 작품 역시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은 21.7%(닐슨코리아 케이블 기준)을 달성, 기록을 세웠다.

배우로서 좋은 연기를 펼친 것에 더해 김정현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기억될 작품이다. 김정현은 지난 2018년 드라마 '시간' 촬영 중 수면, 섭식장애를 호소하며 극에서 중도 하차했다. 1년 동안 작품을 쉬며 재정비의 기간을 거친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성공적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사랑의 불시착' 종영 후 지난 19일 만난 김정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 기쁘다면서도 지난 일에서 느낀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스스로를 몰아부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면서 긍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때 만난 '사랑의 불시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마음의 살도 찌고 건강한 생각으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면서, 마음 속의 뿌듯한 상장처럼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최종회에서 죽는 걸로 마무리됐다.

▶종방연하는데 진짜 죽었냐고 하고, 승준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왔다고 하더라. 승준이가 사랑을 받고 있구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 하시는구나' 감사하고 뿌듯했다. 작가님이 장난스럽게 승준이 죽이면 작가 가만 안 두겠다고 난리니까, 나중에 SNS에 글도 하나 써달라고 농담하셨다. 나로서는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죽음으로) 더 못 잊을, 기억에 오래 남을 캐릭터가 된 게 아닐까.

-본인도 예상하지 못 했나.

▶16부를 보기 전에는 총에 맞아서 응급차에 있는 장면까지 나왔는데 감독님한테 죽냐고 여쭤봤다. '단이랑 이제 시작인데 아닐 거야'라고 하셔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6부를 펴니까 딱. (웃음) 아쉽기도 했지만 그 죽음으로 해서 승준이의 성장이 도드라지게 보였던 것 같다. 단이를 구하는 선택을 하는 모습이 시청자에게 뇌리에 각인이 됐지 않나 싶나. 감독님도 16부를 받기 전이어서 모르셨던 것 같다.

-구승준의 죽음에 대해 서지혜씨와 나눈 말은.

▶감독님과 이야기하시면서 '단이는 다 죽고 갑자기 비혼주의자가 됐어~'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선배님도 (승준의 죽음을) 생각하지 못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못 본 것을 슬퍼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승준과 단이 해피엔딩이었다면 그 해피는 얼마 만큼일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다 보면 새드엔딩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인물 자체로서 승준이도 성장을 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또 깊은 인상을 남길 정도로 캐릭터가 잘 완성이 되지 않았나. 단이도 자기 삶에서 주체적으로 빛나는 여성이 된 것, 한 인간으로서 성장을 하지 않았나. 단면적인 새드엔딩에서 더 나아가면 또 다른 의미의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베스트장면은.

▶정혁이가 세리를 찾으러 한국에 온 장면? 북한의 엘리트장교가 청담동이라는 단어 하나만 가지고 그곳에서 헤맸을 생각을 하니까 아련하기도 하고. 사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아닌가. 물론 마주친 것이 드라마적인 약속이긴 하지만 판타지를 완성한 것 같다. 애절한 감정도 느껴졌고. 내용을 알고 보는 데도 색다르게 봤다.

-촬영 중에도 현빈 손예진 열애설이 나왔는데, 현장은 어땠나.

▶두 분과 함께 촬영하는 장면은 많지 않아서 현장이 어떤지를 궁금해하지도 듣지도 않았다. 내가 옆에서 본 두 분은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리허설하면서 치열하게 연기에대해 의견을 나누시는 선배들이었다. '큐'가 들어가면 바로 꿀 떨어지는 눈빛을 보내며 연기하시더라. 현장에서 그런(열애) 온도는 아니었고, 연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얻어가고 싶었던 게 있나.

▶특별히 얻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많이 얻어가는 것 같다.

-'승준앓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랑의 불시착'이 끝났지만 연기를 한 배우로서 그렇게 내가 맡은 인물을 사랑해주셨다고 하면 너무 감사하다. 시청자들 마음에 항상 남아있을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나도 다른 역할들을 맡더라도 특별한 마음으로 기억될 것 같다.

-주로 손예진씨, 서지혜씨와 호흡을 맞췄다.

▶세리와 단이를 대할 때 다른 모습으로 연기했다. (세리와는)필요에 의해서 그 사람을 잡아뒀어야 했고, 잡아둘거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필요에 의한 감정이다. 단에게는 이득을 취할 것도 사기를 칠 것도 아니었다.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인간적인 승준이를 보여주려고 했다. 목적과 목표에서 둘을 대하는 차이가 있었다. 연기할 때는 두 선배님 친절하고 밝고 잘 받아주셨다. 내가 해온 것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웃으면서 인사도 받아주시고 피곤한 기색없이 편하게 동료로 대해주신 것 같아서 촬영을 잘 한 것 같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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