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숨진 순찰대원)은 음주운전자를 경찰관에게 신고해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은 거예요"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20대 비정규직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숨진 고속도로 순찰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찍은 사진에는 흰옷을 입은 한 남성이 조수석에 앉아 있고, 운전석은 비어 있었는데요.

왼쪽 타이어는 어디엔가 부딪힌 듯 완전히 파손된 상태였죠.

이후 출동한 경찰은 남성을 운전자로 의심, 실랑이 끝에 겨우 음주측정을 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27%. 면허취소 수준이었는데요.

하지만 남성은 자신은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리기사가 데리고 왔다는 건데요. 자신은 잠이 들었기 때문에 오는 과정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이에 경찰이 대리기사 전화번호를 묻자, 남성은 "친구가 불러줬다. 그 친구 전화번호도 연락이 안 된다"며 변명을 늘어 놓았습니다.

남성이 음주운전을 완강히 부인하자,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를 일일이 확인하며 시간을 지체했는데요.

순찰원들은 그 좁은 갓길에서 한시간이나 대기를 하다 트레일러가 덮치는 참혹한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알고보니 남성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었죠.

이날 'MBC'가 공개한 현장 CCTV영상. 문제의 차량이 비상등을 켠 채 속도를 줄이며 갓길로 들어서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요.

몇분이 지난 뒤 흰옷을 입은 남성이 운전석에서 내려 차 뒤편에서 잠시 서성입니다. 이후 슬그머니 조수석으로 들어가 앉는데요.

자신은 운전한 적이 없다며 경찰에 변명을 늘어놓던 사진 속 바로 그 남성이었습니다.

유족들은 해당 운전자와 경찰 모두에게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경찰이) 단순 음주운전자를 하나 처리하는데, 한 시간씩이나 갔다"라며 "얘들(숨진 순찰대원)은 음주운전자를 경찰관에게 신고해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은 거다"라고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검찰로 송치된 남성에게 실제로 적용된 혐의는 '음주운전' 뿐이었습니다. 혐의를 부인하며 시간을 지체시키다 발생한 참사의 책임은 묻지 못한 겁니다.

<사진·영상출처= MBC '뉴스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