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페이스북 등에 퍼졌습니다. 가해 남편은 그러고도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죠. 이 영상으로 인해, 한국은 물론 베트남 등 해외까지 분노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사실 한국인 남편이 외국 출신 신부를 폭행할 뿐 아니라, 살해까지 하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결혼 이주 여성 920명 중 설문 응답자 42.1%가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폭력 뿐 아니라 살해당한 여성들도 다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2년 전 사망할 당시 19살이었던 베트남 신부 후안마이 씨입니다.  후안마이 씨는 2006년 12월 한국 남성과 결혼했고, 2007년 5월 입국했습니다.

그리고 1달 만인 2007년 6월 25일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갈비뼈 18대가 부러져 숨졌습니다. 그녀의 싸늘한 시신은, 사망 2주 만에야 발견됐습니다.

후안마이 씨가 사망 전 남편에게 남겼던 장문의 편지는, 그녀의 유서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편지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데요.  

"당신과 저는 매우 슬픕니다. 제가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한국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에서도 부인이 기뻐 보이지 않으면 남편이 그 이유를 물어보고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남편은 왜 오히려 아내에게 화를 내는지, 당신은 아세요?

남편이 어려운 일 의논해 주고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아내를 제일 아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중략) 저는 당신의 일이 힘들고 지친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저도 한 여자로서, 아내로서 나중에 더 좋은 가정과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당신은 아세요? 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 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대화하고 싶어요. 당신을 잘 시중들기 위하여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마시는지 알고 싶어요.

저는 당신이 일을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것을 먹었는지, 건강은 어떤지 또는 잠은 잘 잤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제가 당신을 기뻐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당신이 저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려 주기를 바랐지만, 당신은 오히려 제가 당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저는 한국에 와서 당신과 저의 따뜻하고 행복한 삶, 행복한 대화, 삶 속에 어려운 일들을 만났을 때에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을 희망해 왔지만, 당신은 사소한 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화를 견딜 수 없어하고, 그럴 때마다 이혼을 말하고, 당신처럼 행동하면 어느 누가 서로 편하게 속마음을 말할 수 있겠어요.

당신은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이고 한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고 있어요. 좋으면 결혼하고 안 좋으면 이혼을 말하고 그러는 것이 아니에요.

당신이 그렇게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진실된 남편으로서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당신보다 나이가 많이 어리지만, 결혼에 대한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어요.

한 사람이 가정을 이루었을 때 누구든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물론 부부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상처가 너무 많아 결국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한 사람의 감정을 존경하고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닫아버리게 하는 상황들과 원망하게 하는 상황들이 무관심하게 지나가게 돼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자존심이 있고 자신을 “정답”에 서게 하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부부가 행복할 수 없고 위험하게 만드는 일을 계속 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거에요. (중략)

당신은 저와 결혼했지만, 저는 당신이 좋으면 고르고 싫으면 고르지 않을 많은 여자들 중에 함께 서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당신은 아세요? 제가 당신과 결혼하기 전에는 호치민 시에서 일을 했어요. 당신이 우리 집에 왔을 때 우리 집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저는 가정을 위해서 일을 나가야 했고, 그 일은 매우 힘들었어요. 하지만 봉급은 얼마 못 받았지요. 저는 노동이 필요한 일도 했었어요. 그 일은 매우 힘들었어요. 그것이 가축을 기르는 일이든, 농작을 하는 일이든...

가족들은 노동일로 벼를 심고 베는 일을 했어요. 베트남에서 그렇게 많은 일을 했어도 입을 것과 먹을 것만 겨우 충당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제가 한국에 왔을 때에 더이상 바라는 것이 없었고, 단지 당신이 저를 이해해 주는 것만을 바랬을 뿐이에요. 저도 일을 해봤기 때문에 일을 어떻게 하고 또 그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제가 베트남에 돌아가게 되어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거에요.

저는 당신이 저 말고 당신을 잘 이해해주고 사랑해 주는 여자를 만날 기회가 오기를 바라요. 당신이 잘 살고 당신이 꿈꾸는 아름다운 일들이 이루어지길 바라요.

저는 베트남에 돌아가 저를 잘 길러주신 부모님을 위하여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의 희망은 이제 이것뿐이에요. 당신과 전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어서 제가 한국에 왔을 때 대화를 할 사람이 당신뿐이었는데...누가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겠어요. 

정말로 하느님이 저에게 장난을 치는 것 같아요. 정말 더 이상 무엇을 적을 것이 있고 말할 것이 있겠어요. 당신은 이 글씨 또한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해하지도 못할 것인데요..." (후안마이 씨가 남긴 편지)

대전고등법원은 2008년 1월, 이 남성에게 징역 12년형을 내렸습니다. 판사는 "19세 피해자의 편지는 오히려 더 어른스럽고 그래서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한다. 이 사건이 피고인에 대한 징벌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소망을 해 본다"고 말했습니다.

후안마이 씨의 사망 이후 12년, 한국 사회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베트남 아내 폭행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