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내 안의 그놈이라… 아마도, 열정남? 제가 의욕이 좀 넘치죠. 연기, 작곡, 노래…. 모든 잘 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고 싶고요." (이하 진영)

진영은 자신을 '열정 많은 남자'라 표현했다. 음악과 연기, 그 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 각각의 영역에서 각각의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영은, 이 목표를 향해 12년을 달렸다. 16살 때 연기를 시작해 총 1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과 '내안의 그놈'에선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그동안 공개한 자작곡 수만 무려 53곡에 달한다. 'B1A4'의 대표 곡들은 물론, 각종 드라마 OST 분야에서 활약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미션 곡까지 작업했다.

"실제로 저는 워커홀릭에 가깝습니다. 영화 촬영 중에도 음악 작업을 하죠. 쪽잠을 자더라도 연기와 음악 두 가지를 모두 해야 마음이 놓이거든요."

진영 안의 열정은, 이랬다.

◆ 내안의 연기 | "단역부터 올라갔다"

우리가 아는 진영은, 아이돌이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진영은 연기로 노크했다. 그는 데뷔 전, 가수가 아닌 배우를 꿈꿨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충주와 서울을 오갔어요. 드라마와 영화에 단역으로 참여했죠. 그 땐 대사도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학생 1, 2, 3 정도?"

목이 말랐다. 연기 갈증은 더욱 심해졌다. "아무리 작은 역할도 최선을 다했다. 기본을 쌓아야 기회도 올거라 생각했다"면서 하루 하루를 기다렸다.

'B1A4' 활동을 하면서도 연기 도전은 계속됐다. (남몰래) 오디션을 봤다. 연기돌이 아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 그러다 tvN '우와한 녀'(2013)를 만났다.

진영은 매년 한 작품씩 연기했다. 영화 '수상한 그녀'(2014),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2015), '맨도롱또똣'(2015), '구르미 그린 달빛'(2016) 등으로 필모를 채웠다.

"처음에는 대사가 별로 없었어요. 인상 깊은 신도 없었고. 그러다 대사가 한 마디씩 늘어갔고, 그 때마다 큰 희열을 느꼈죠.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 내안의 열정 | "바디 체인지, 도전!"

그리고, 첫 주연을 맡았다. 영화 '내안의 그놈'(감독 강효진)이다. 심지어 바디 체인지라는 미션도 주어졌다. 소심한 고딩 '동현' 몸에 40대 조폭 아재가 들어간다는 설정이다.

"1인 2역 바디 체인지는 베테랑 배우들도 꺼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하지만 겁없이 무작정 부딪혔습니다. 어려운 역할이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진영은, 열정을 불태웠다. 강효진 감독에게 아이디어도 냈다. 동현 캐릭터를 거구로 설정하자고 제안한 것. "122분 내내 같은 얼굴로만 가면 지루할 것 같았다. (감독님도) 흔쾌히 OK하셨다"고 전했다.

물론 쉽진 않았다. 매일 3시간 30분씩 특수 분장을 해야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는 "분량이 많아 항상 새벽 2시에 일어났다. 분장을 끝내고, 오전 7시 30분부터 촬영했다"며 웃었다.

게다가 그가 연기한 '판수'(박성웅 분)는 40대 조폭 아저씨다. 20년 세월을 건너 뛰어야만 했다.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변신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 내안의 노력 | "연구하고, 만들고, 반복한다"

박성웅이 되는 법? 연구가 필요했다. 우선 그의 대표작인 '신세계'를 20번 이상 돌려봤다. 행동, 말투, 걸음걸이, 표정 등 모든 것을 관찰했다.

"박성웅 선배님의 말투, 행동, 습관 등을 살펴봤습니다. 어떤 제스처를 하는지도요. (큰) 용기를 내서 선배님께 대사 녹음도 부탁드렸어요. 그걸 열심히 들었죠."

박성웅과 함께 시나리오에 없던 설정도 직접 만들었다. 예를 들어, '판수'(박성웅)만 갖고 있는 두 가지 습관이다. 쉴 새 없이 책상을 닦는 결벽증, 그리고 입술이나 넥타이를 만지는 버릇 등이다.

"동현의 몸에 판수의 영혼이 들어갔다는 걸 어떻게 (직관적으로) 보여줄까, 고민했습니다. 만일 동현이 판수의 습관을 그대로 따라한다면 좀 더 쉽게 알아차리지 않을까…, 한거죠."

거친 액션 신도 100% 혼자 소화했다. "네가 이걸 대역 없이 해내면, 정말 인정 받을 거야"라는 무술감독의 한 마디가 큰 자극이 됐다.

"제 힘으로 해내고 싶었습니다. 차에 부딪히는 장면도 직접 소화했고요. 어린애가 아닌, 조폭이 싸우는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죠. 힘은 들었지만, 감독님의 말씀이 옳았어요. 뿌듯했습니다."

◆ 내안의 음악 | "잠이 부족해도, 작업"

흥미로운 건, 영화 촬영 중에도 음악 작업을 했다는 것. 잠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진영은 "연기가 음악에 도움이 됐고, 음악은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전 음악과 연기 중에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우선, 곡 작업은 일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제겐 휴식이자 힐링이죠."

음악과 연기 사이에 상호작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가사로 표현하고, 연기는 대사로 표현한다. 방법만 다를 뿐 실체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구르미 그린 달빛' OST '안갯길'이다. 그는 "대본을 읽다 영감이 떠올랐다. 그 음악을 들으며 다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멀티 플레이의 장점도 설명했다. "디렉팅 작업을 하다 보면 상대가 원하는 걸 빨리 캐치할 수 있다"면서 "반대로 말하면, (감독의) 디렉팅도 빨리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기와 작곡은 서로 닮았습니다. 대본은 있으나 정답은 없어요.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그건 배우의 몫입니다. 균형있게 해내고 싶습니다."

진영은, 매일 곡 작업을 한다. 연기 연습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를 촬영중이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다는 것, 이 역시 도전입니다. 해외 팬들이 좀 더 편히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저 역시 기대가 많이 됩니다."

그렇게, 도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그 안의 열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