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학생들이 먹고 남은 급식을 교내 파견 근로자에게 제공하던 암묵적인 관행이 법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라지게 되자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원칙에 치우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5일 각 학교에 '급식비를 징수하지 않는 교직원과 용역업체 직원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일이 없도록 각 학교는 급식 운영을 철저히 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한 시민이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을 비공식적으로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시교육청에 공익신고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시교육청은 학교급식법 등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급식 경비를 부담하는데 급식비를 내지 않는 파견 근로자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법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일하는 파견 근로자들은 이러한 조치에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로 구성된 인천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학교마다 2∼3명에 불과한 파견 근로자들이 먹고 남은 급식조차 받지 못하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급식을 무료로 받은 이들은 주로 오후에 출근해 학교 순찰·경비를 맡는 당직 전담 기사나 환경미화 근로자들이다. 학교마다 적게는 1명, 많게는 3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근로자는 대다수가 70세 이상으로 월급이 120∼160만원에 불과한 데다 급식수당도 따로 없다.

인천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파견 근로자가 많아 월 8만원을 넘는 급식비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지금껏 버려질 수밖에 없는 잔반을 받아왔던 것인데 지나치게 원칙에 치우친 조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관련 규정과 법령을 근거로 삼아 이러한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분들의 입장을 인간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교육청은 수익자 부담 원칙 등 법령을 근거로 해 공문을 내려보낼 수밖에 없다"며 "파견 근로자들이 정직원으로 전환될 경우 급식수당이 포함돼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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