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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ye] "편견을 향해, 하이킥"…정일우, '거미여인'의 위로

[Dispatch=구민지기자] 정일우가 하이톤으로 콧소리를 낸다. 무릎을 가지런히 붙여 앉고, 여성스러운 제스처를 취한다. 그가 꿈꾸는 건 남자와의 사랑.

우리가 알던 정일우가 아니다. 성소수자, 그것도 자신을 여자라고 믿는 남자로 변신했다. 감정의 진폭도 상당하다. 웃고, 울고, 소리치며 115분을 이끌어나간다.

한 마디로, 낯설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꽃미남 고등학생(거침없이 하이킥), 순정파 양명군(해를 품은 달), 왕자(해치) 등의 모습은 없다.

정일우가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 '거미 여인의 키스'로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주의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거미여인은, 약자의 이야기"

깜깜했던 무대에 조명이 켜지면, 좁은 감옥이 드러난다. 침대엔 발렌틴(차선우 분)이 누워있고, 몰리나(정일우 분)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115분간 두 남자만 등장한다. 별다른 배경 음악도, 특별한 무대 장치도 없다.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몰리나의 묘사는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다. 관객들도 순식간에 빠져든다. 아름다운 영화 장면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반면, 발렌틴의 성향은 정반대다. 몰리나가 사랑에 집중한다면, 발렌틴은 사회학적으로 분석한다. 몰리나는 가까워지기 위해 계속 다가간다.

사실 몰리나의 정체는 교도소장의 앞잡이다. 가석방을 댓가로, 발렌틴에게서 혁명 조직 정보를 빼내려 한다. 배변까지 치우고, 살뜰히 챙긴다.

그러나 이들은 점차 진정한 친구가 된다. 몰리나가 가석방되기 전 성관계까지 맺는다. 사회적 금기를 깬 것. 몰리나는 발렌틴을 돕다가 결국 사살되고 만다.

단순히, 동성애를 그린 작품이 아니다. 사회 약자의 삶을 대변한다. 박제영 연출은 "2024년에도 발렌틴과 몰리나처럼 언제든 사회적 억압을 당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 "1976년에 전한 위로"

'거미여인의 키스'는 1976년 쓰인 소설이다. 사회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때다. 그 시절 이야기로, 2024년 관객을 토닥인다.

"진실은 불쾌해. 정곡을 찌르거든" (발렌틴)

몰리나는 입술을 삐죽인다. 발렌틴과는 생각이 다르다. 제한된 공간(감옥)이 오히려 자유롭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행복을 꿈꾼다.

"난 내가 슬프다고 느끼면 울 거야" (몰리나)

몰리나는 다양한 감정으로 관객을 이끈다. 환하게 웃다가도, 새침하게 토라진다. 핏대를 세우며 눈물을 쏟기도 한다. 독백을 할 땐, 또 다른 얼굴이다.

특히, 몰리나는 영화 이야기를 하며 각 배역에 빠져들었다. 긴장감 넘치는 연기로 극의 무게감을 잡았다. 손짓, 표정, 대사로 관객을 집중시켰다

덕분에 동성애 코드가 무겁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성소수자, 정치범, 사회적 약자, 모두에게 동등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정일우가 보여주는, 진짜 사랑"

'거미 여인의 키스'는 2인극이다. 특히 정일우(몰리나 역)의 대사량이 압도적. 그러나 한차례의 버벅임도 없었다. 긴 호흡의 대사도 안정적 발성으로 읊어냈다.

몰리나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정일우는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섬세함을 포인트로 잡았다"며 "단,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엔 솔직한 캐릭터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 톤부터 세밀하게 조정했다. 손동작, 걸을 때, 앉는 자세는 여성스럽다. 옷자락을 휘날리며 나풀나풀 달린다. 그러면서도 우스꽝스럽지 않다. 몰리나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몰리나는 내내 고뇌한다. 그도 그럴 게, 가석방을 위해 발렌틴을 속이고 있다. 배신해야 한다는 자책감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

정일우는 눈빛만으로 행복, 고통, 두려움 등의 변화를 선보였다.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무게를 실었다. 극장을 울리는 탄탄한 발성도 뒷받침됐다.

극 막바지, 두려움에 떨면서도 발렌틴(사랑)을 위해 희생을 결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정일우는 눈물로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표현했다.

◆ "거미여인의 의미"

사실, 이 작품은 무겁고 깊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한국식 유머도 적재적소에 섞였기 때문이다. 객석에서 툭툭 실소가 터진다.

몰리나가 "새가 재잘거려서 일어났어"라고 말하면, 발렌틴이 (툭) "그거 추워서 일어난 거야"라고 답하는 식이다. 둘이 투닥거리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 역시 정보가 없어도, 따라갈 수 있다. 정일우의 생생한 표현력 덕분에 감옥(현실)과 가상(영화 이야기)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결말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몰리나는 가석방되지만 발렌틴을 돕다 희생된다. 발렌틴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몰리나를 상상하며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

'거미여인의 키스'의 거미는 몰리나다. 영화 이야기로 거미줄을 쳤다. 발렌틴은 거미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결국, 몰리나가 목표(사랑)를 쟁취했다는 의미다.

박제영 연출은 "2024년에도 다수의 의견이나 편견에 의해, 소수가 억눌리고 존엄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몰리나와 발렌틴의 이야기로 위로를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거미여인의 키스'는 오는 31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사진=디스패치DB, 레드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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