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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괴물은 아닐까?"…고레에다 감독, 거장의 시선

[Dispatch=정태윤기자] "배웠고, 큰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이하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어느 가족'으로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다. 

훌륭한 연출가이자, 각본가이다. 이번 영화에선 연출만 맡았다. 데뷔작 '환상의 빛'(1995년) 이후 처음이다. 각본은 사카모토 유지가 담당했다. 

연출을 제안받고, 단번에 수락했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만큼 훌륭했다. ('괴물'은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영화는 같은 타임라인을 3명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분명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누구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180도 다르게 느끼게 했다. 

관객을 제한된 시각 안에 가두고 '괴물 찾기'에 동참시켰다. 잘못 판단하게 만들고, 가해자의 편에 세운다. 확실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했다. 

"제가 쓸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카모토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플롯이었죠. 존경하는 각본가와 함께해 큰 공부가 됐어요."

거장은, 여전히 배운다. 

◆ 괴물은 누구인가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 미나토(구로카와 소야 분)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가 학교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총 3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은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 2장은 호리 선생님(나가야마 에이타 분), 그리고 마지막 장은 미나토의 시선을 따라간다. 

미나토를 누가 변하게 했나. 호리 선생이 괴롭혔나. 사오리는 극성 엄마인가. 미나토가 학폭 가해자인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 분)는 방화범인가. 

관객들은 영화의 의도대로 오도하고 의심했다. 사오리와 호리 선생의 시선을 경유하고, 3장이 되어서야 진짜 이야기가 드러난다. 

결국 '괴물'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았다. 미나토와 요리, 두 소년은 그저 함께하고 싶을 뿐이었다. 가해자를 찾던 화살은, 결국 관객 자신에게 돌아온다. 

학교 폭력, 아동 인권, 교권 문제 등 최근 불거진 한국의 사회문제를 떠올리게 했다. 고레에다는 "프랑스에서 개봉할 때도 왕따 문제로 아이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 영화는 지난 2018년에 기획했다. 찍고 개봉할 때까지 전 세계에서 분열을 상징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 영화가 현재를 그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포기하고, 그걸 '괴물'이라 치부하는 상황이 여러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사카모토 선생이 시대를 먼저 읽고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 시대를 예견한 각본

시대 문제를 정확히 간파한 이야기 덕분일까. 말 그대로 호평 일색이다. 개봉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독립영화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국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3개월 만에 다시 내한했다. '괴물'은 그의 한국 방문에 맞춰 5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GV를 열고 한국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10번 이상 봤다는 뜨거운 팬들도 있으시더군요. 저보다 더 영화의 디테일을 깊이 포착하고 의견을 내주시는 걸 보고 큰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모든 공을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에게 돌렸다. "사카모토 선생이 시대의 상황을 예견하고 쓴 것이 지금 상황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직접 이 소재로 각본을 썼다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나라는 사람은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레에다와 사카모토는 작품의 결이 비슷하다. 주로 가족과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점. 그러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사로운 묘사를 덧붙여 스토리가 서서히 드러나게 한다. 반면 사카모토는 이야기 자체에 힘을 실어 끌고 나가는 스타일. 

"오랫동안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다 보니 (작품이) 조금씩 유사해지더라고요. 스스로에게 질리기도 했죠. 이번 기회에 존경하는 각본가를 만나 큰 경험을 했습니다." 

그가 가장 가장 감명받은 장면은, 후반부 음악실 신.

"미나토는 감정의 파도를 느끼게 되죠. 그때 교장 선생님과 악기를 불어요. 언어가 아닌 악기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행위를 미나토와 전혀 연관 없는 사람과 할 때, 더 다이나믹하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직접 썼더라면, 악기를 함께 부는 건 미나토와 요리였을 거예요. 사카모토가 아니었다면, 절대 쓸 수 없었을 겁니다." 

◆ 그렇게 감독이 된다

모든 것이 각본의 힘이었을까.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와 대본을 놓고 3년간 계속해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를 분석하고 이해했다. 

캐스팅도 그의 몫. 이미 믿고 보는 눈이다.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등으로 아역 배우들을 발굴해 왔다. 

그는 아역배우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의 개성에 맞게 고쳐 그때그때 전달했다. 배역과 아역배우 자체의 개성이 겹치게 하려 한 것.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아역배우에게도 각본을 모두 오픈하고, 연기로 받아들이게 했다. 퀴어 소재가 있었기에, 섬세한 대응이 필요했던 것. 스태프들이 먼저 LGBTQ(성소수자)에 대해 공부하고, 배우들도 참여했다. 

"성 정체성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가르쳐주고, 보건교육 전문가에게도 교육받게 했습니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도 현장에 불렀어요. 신체접촉이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도록 참관하게 했습니다. 연출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연기 디렉팅 역시 능숙하게 이끌었다. 쿠로카와 소야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감독님께 물어보면 힌트를 주셨다. 그걸 모아서 연기를 해나갔다"고 털어놨다. 

고레에다 감독은 "감정이라는 건 얼굴뿐 아니라 손끝, 배, 발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며 "동작으로 감정을 치환하라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전했다. 

엔딩 장면은, 그의 섬세한 연출력에 정점을 찍었다. 폭풍이 지나가고, 아이들은 폐전차를 나와 뛰어나간다. 그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는 "둘에게 마음껏 기뻐하라고 했다. 소리를 질러도 좋고 뛰어올라도 된다고. '우리는 우리로서 괜찮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축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 장면에 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입혔어요. 선생님이 딸의 탄생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라고 하더라고요. 둘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축복하는 이미지로 그려냈습니다." 

경력 30년 차에도 인생작을 경신했다. "고레에다 감독 작품 중 가장 좋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의 도전, 열정, 노력의 결실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여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남아 있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영화를 다 못 만들 수도 있겠죠. 할 수 있는 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계획하고 있어요. 그때도 꼭 봐주세요."

마지막으로 고레에다 감독이 생각하는 '괴물'은 누구일까.

"요리 아버지나 교장 선생님같이 인간성을 잃어버린 존재를 괴물로 지칭하는 건 쉬운 일입니다. 그런 사람들보다, 주인공 둘과 가까이 있는 부모나 선생이 괴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일반적인', '평범한 가족'이라 말하죠. 호리 선생은 종종 '남자답게', '남자다운'이라는 말을 내뱉습니다. 이런 언어들은 '내가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동조 압력 의식을 느끼게 하죠.

그런 사람들이 아이들 스스로를 '나는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걸 관객이 알아채길 바랐습니다. 

(일반화 해서 죄송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미나토의 엄마나 호리 선생의 입장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평범함'을 이야기하며 주변에 괴물 찾기를 하는 사람들이요. 언제가 '내가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깨닫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뛰어가던 소년들이 우리를 향해 돌아볼 때, 그런 것들을 느끼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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