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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지연이 박연진에게 보내는 편지

[Dispatch=박혜진기자] 그리운 연진에게. 

기억나 연진아? 2021년 겨울,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말이야. 대본을 본 순간부터 나는 네가 좋았어. 강렬했거든. 

김은숙 작가님이 “망가뜨려 주겠다”고 하셨지. 연진이에게는 어떤 미화도, 서사도 부여되지 않을 거라고. 

너를 끝끝내 망가뜨리겠다는 그 말에 안심이 됐어. 나는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미움받길 원했거든. 

그래서 최선을 다해 너를 망치기로 했어.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을 가진 사람’처럼 말이야. 

신나면 더 까매지던 눈동자, 

잔인하게 웃던 너의 큰 입, 

조롱할 때마다 찡긋하던 너의 코, 

남편 앞에서만큼은 우아했던 너의 몸짓, 

모니터 앞에서 가증 떨던 너의 미소, 

이 모든 걸 만들기 위해 밤낮 고민했어. 난 너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거든. 정말 철저히 준비했어. 

그런데 쉽진 않더라. 나와는 다른 너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내 학창 시절은 (너와 달리) 순수했거든. 

처음에는 아무 감정 없는 소시오패스를 생각했어. 그러다 극도로 감정적인 인물도 상상했고. 여러 가지 모습을 그려봤지. 

그런데 마지막 지점은, 결국 나더라. 임지연만 할 수 있는 박연진. 세상 처음 보는 얼굴 말이야. 

'내가 잘하는 걸 찾아보자’ 생각했어. 너는 (감정) 표출을 많이 하는 캐릭터잖아. 표정부터 몸짓, 전체적인 라인을 계산했어. 

음… 내 입이 좀 크잖아. 한쪽으로 씩 웃는 버릇을 만들었어. 진한 눈썹에 찌푸리는 미간은 어땠어? 더 못돼 보였길.

연진아. 그거 알아, 디테일? 작은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어. 담배 장면 하나만 해도, 혼자 피는 것과 남편 앞에서 피우는 게 다르다. 

친구들 앞에서 하는 욕도, 동은이 앞에서 하는 욕이랑은 (톤이) 달라. 담배도 욕도, TPO에 맞게 차이를 두려고 했어. 

연진아. 이 장면 기억나? 

“나 오빠 사랑해. 그러니까 오빠, 나랑 예솔이 지금처럼 계속 반짝이게 해줘”

난 오빠와 예솔이 앞에선 한없이 반짝이고 싶었거든. 옷 한 벌, 쳐다보는 눈빛, 구두 한 켤레, 다가가는 몸동작,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어. 

기상캐스터로서의 준비도 만만치 않았지. 운전할 때도, 밥 먹을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날씨를 브리핑했어. 버튼 누르면 나올 정도로 말이야. 

외적인 준비를 마치고 나니, 상황과 상대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었어. 특히, 송혜교 언니의 도움이 컸어. 

나는 동은이와의 신이 오히려 제일 편했어. 카메라 앞에서 놀 수 있도록 어떤 리액션도 다 받아주셨거든. 

체육관 신 기억나? 동은이와 서로 뺨을 때리던 장면 말이야. 감정이 격해지다 보니 내가 계산되어있지 않은 행동을 했어. 

혜교 언니한테 사전에 얘기하지 않고, 멱살을 잡아버렸잖아. 그런데 그걸 바로 받아주시더라. 속으로 놀랐어. 

언니의 묵직한 연기를 보고 ‘송혜교는 송혜교다’며 감탄했지. 내가 배우로서 편하게 모든 걸 열어놓고 연기할 수 있게 도와줬어. 

그래서 표출하는 연진이와 삼키는 동은이의 합이 잘 나왔다고 생각해. 이 자리를 빌려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어. 

네가 유일하게 약해지는 존재들도 있었지. 엄마와 남편과 딸에게 버림받고 철저히 혼자가 됐을 때, 난 네가 그때 비로소 무너졌다고 생각해. 

가장 힘들었던 장면? 아무래도 교도소 신이었어. 네가 철저히 무너져가는 모습은 너무도 당연했지만,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 

너는 언제나 세상을 깔아보는 애였잖아. 교도소 안에서 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니, 나까지 무너지는 느낌?

그래서 감옥에서 끌려 나갈 때, 나도 모르게 내가 할 수 있는 욕이 다 나온 거 알아? 초인적인 힘이 나왔어. 

연진아. 넌 지금도 억울해하고 있겠지?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네가 한 짓에 공감할 수 없어. 평생 속죄하면서 살길 바라. 알았어? 알았으면 끄덕여. (웃음). 

연진아. 그런데 사람들은 말이야. 내가 너처럼 일평생이 백야인 사람인 줄 알더라. 나에게도 극야(極夜)처럼 긴 밤이 있었는데…

나는 사실 자격지심이 있는 배우였어. 그 부족함을 기억하며 노력해왔어. 늘 절실한 마음으로 말이야.

언제부턴가 한정된 캐릭터만 연기하게 됐고, 무기력에 빠진 적도 있었지. 그 극야의 시간 동안 배우로서 많은 작품을 읽고, 보고, 배웠어. 

현장에서 혼나고, 좌절하고, 눈물 흘렸던 시간도 잊지 않았어. 그 시간을 견뎠기에 너를 만난 것 같아. 너는 나의 ‘용기’였어. 

언젠가 견뎌야 하는 긴 밤이 또 오게 된다 해도, 난 이제 두렵지 않아. 항상 하던 대로, 내가 걸어왔던 그 길대로 걸어갈 거야. 

지금까지 그래왔듯, 즐거움을 만끽하며 연기할게. 다른 사람의 칭찬만 바라기보다, 나 스스로 성취해가고 싶어. 그게 더 기쁠 것 같아. 

나는 요즘 너를 어떻게 떠나보낼지 고민 중이야. 사실 그 고민이 오래가진 않을 거야. 네가 서운해할 수도 있지만, 난 벌써 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있어. 

너한테만 살짝 알려줄까?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을 찍었어. ‘더 글로리’ 속 현남 같은 인물이야. 남편한테 맞고 사는 임산부 역할. 

참 묘하지?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아마 연진이를 떠올리지 못할걸? 그랬으면 좋겠어. 또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게. 

나의 연진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너를 만나서 내내 행복했어. 너를 만나 그랬듯, 성장하는 배우가 될게. 지켜봐 줘. 

우린 이제 그만, 안녕. 이게 내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야. 

Special Thanks To, 동은.

동은아. 연진이가 결국 벌을 받았어. 고작 형벌이지만…연진이는 지옥 같은 감옥에서 천천히 말라 죽어 갈 거야.

네 꿈에 더 이상 연진이는 없길, 너한테 또 다른 영광이 찾아오길 바라. 시리고 쓰렸던 너의 계절들에 위로를 전해. 

이제, 봄에 활짝 펴 동은아.

<임지연과의 인터뷰를 가상 편지로 재구성했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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