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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과하지 않으려 한다"…설경구, 절실의 역설

[Dispatch=정태윤기자] “저는 연기에 절실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31년을 연기했다. 그동안 44작품에 출연했다. 설경구가 끌어 모은 관객은 약 7,026만 명. 이 중 천만을 넘긴 작품은 2개다.

그가 들어올린 트로피는 47개. 남우주연상만 28번이다. 그래서, 절실하지 않다는 걸까. 설경구는 재빨리 부연설명했다.

"절실하면 오버할 것 같아요. 절실하다기보다는, 정말 소중합니다. 어느 순간 깨달은 것 같아요. 그저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하 설경구)

설경구는 감췄다가, 참았다가, 결국 터트렸다. 야망, 분노, 치욕, 슬픔 등을 한 얼굴에 녹여낸 것. 그는 간절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연기했다. 

이것이 바로, 설경구의 내공이다. 선과 악, 그 사이를 넘나드는 줄타기. 복잡다단한 심경을 담기위해 부단히 고민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노력까지. 

‘디스패치’가 설경구를 만났다. 그는 왜 영화 ‘유령’을 선택했을까. 아니 (이번에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설경구의 새로움 

설경구는 31년 동안 수많은 얼굴을 연기했다. 다양한 시대에서 여러가지 직업으로 관객을 만났다. 더이상 새로운 게 있을까? 설경구는, “그래서 유령”이라 답했다. 

“유령은 1933년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합니다. 제가 다양한 시대를 연기했지만 그때는 안해봤더라고요.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죠.”

새로움은, 베테랑 배우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도 그럴 게, 설경구가 그린 ‘쥰지’는 복잡한 인물이다. 출신 성분부터 사연이 많다.

(쥰지는 명문 무라야마 가문 7대손. 고위 장성의 아들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콤플렉스를 안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사랑. 한국인의 피에 대한 부정(否定). 그리고 권력에 다시 오르겠다는 야망까지…. 그 모든 게 버무려진 인물이었다. 

설경구는 “쥰지의 감정에 대해 ‘복합적으로 연기했다’고 밖에 표현이 안 된다.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물어보시는데, 그 감정을 나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쥰지는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남녀할 것 없이 구르고, 때리고, 잡아 뜯는, 생즉사 사즉생의 싸움을 선보여야 했다. 특히 힘들었던 건 카이토(박해수 분)와의 신.

목숨이 걸린 액션이었다. 엎치락뒤치락은 기본. 바닥을 기어오르고 서로에게 매달리기까지 해야 했다. 치열하다 못해 처절했다.

"한 명이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었어요. 액션을 많이 해봤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롱코트도 한몫했죠. 무게도 무겁고 바닥에 걸려서 쉽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혼신을 다했다. 연기, 감정, 액션, 그리고 반전까지 핵심적으로 끌고 갔다. 사실, '유령'의 플롯은 여성들의 서사와 연대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엔 분명, 설경구가 있다.

◆ 설경구의 악역 

쥰지는 한마디로 말하면, 악역이다. 그는 공회당에서 조선인들에게 “일본에 빼앗긴 조선을 버리라”고 힘껏 외쳤다. 항일조직 ‘흑색단’에게 무참히 총까지 쐈다. 

그러나 관객들은 영화의 중반, 아니 마지막 순간까지도 작은 희망을 놓지 못한다. '그가 진짜 유령이 아닐까?', '일본군을 배신하고 총을 겨누지 않을까'.

설경구는 관객들의 믿음을 철저히 부쉈다. 그의 신뢰 있는 연기력으로 말이다. 설경구는 영화 후반, 유령 용의자에서 새로운 빌런으로 반전된다.

그런데도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그깟 조선”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슬픔, 치욕, 야망, 어머니에 대한 사랑 등 다채로운 감정이 스쳤다. 

설경구는 “정말 부담스러운 신이었다. 혼자서 긴 대사를 끌고 가야 했다”며 “목소리와 표정 만으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해영 감독은 굉장히 꼼꼼해요. 모자 1mm만 틀어져도 다시 찍어야 돼요. 그래서 그 공회당 신에선 모자도 벗어버렸어요. 정말 온전한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공회단 신이 탄생했다. 온갖 모진 말을 내뱉는데도,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이다. 카메라는 약 2분 동안 설경구만 비춘다. 그의 복합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실 카메라를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다. 설경구가 대사를 내뱉은 순간 현장은 얼어붙었다. 이해영 감독은 컷을 외칠 수 없었다. 

이 감독은 (모자의 중심점이 1mm 틀어지는 것조차 용납 못 했지만) 설경구의 연기에 단번에 오케이 사인을 날렸다.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습니다. 드러나면 재미없잖아요. 알듯 모를듯, 명확하지 않은 표정으로 연기했습니다. 정확한 꼭짓점을 주지 않으려 했죠.”

◆ 설경구의 ‘설경구’

설경구는 올해 연기 경력 31년 차를 맞았다. (솔직히)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었다. “어느 순간 그냥 연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이러다 추락하겠다’는 위기감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를 각성시킨 건, 강한 자극제?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꾸준함이었다. 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것. 그러다 보니 연기, 그 자체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자산어보’를 찍을 때였어요. 스태프들이 세트를 준비하고, 저와 (이)정은이는 풍경을 보면서 촬영을 기다렸어요. 그러다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기할 수 있는 현장에 스태프들과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더라고요.”

설경구는 “연기를 절실하게 하는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절실해지면 오버할 것 같고, 불안하다. 지금처럼 겸허히 연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래서, 설경구가 설경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계속 감사하라”. 그는 “미래에도 기억하고 싶다. 현장에서 숨을 쉬고, 연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잊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디스패치'가 확인한 설경구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절실해보였다. 그의 고민, 노력, 태도가 그 증거다. 연기가 너무 소중해서, 절실해보였다.

올해도 멈추지 않는다. 설경구는 벌써 ‘유령’ 외, 4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중 전도연과 함께한 넷플릭스 '길복순'(감독 변성현)은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여러 작품이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설렘보다는 부담이 더 크네요. 아직 한국 영화계가 어려운데요. 봄이 되게 하는 건 관객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날, 가족들과 찾아주셔서 좋은 시간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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