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윤소희기자] "제가 '기황후'를 선택해 이 자리에 서기까지… 가장 힘들 때 저를 지켜주신 A언니, B형부, 너무 고맙고 사랑합니다." (하지원)

2013년 12월 30일, 하지원은 MBC-TV '기황후'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A씨 부부에게 감사를 전했고,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A씨 부부는, 문자 그대로 '은인'이었다. 전 소속사와 갈등을 겪고 있을 때, A씨 부부가 관련 리스크를 제거했다. 몇 가지 잡음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하지원의 복귀에도 앞장섰다. 드라마 관계자는 '디스패치'에서 "A씨 부부가 계약 전반을 조율했다"며 "A씨 사무실에서 사전미팅 및 출연계약 등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하지원은, 수상소감에서 A씨 부부를 언급했다.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6년. 하지원은 A씨 측과 공동으로 설립한 화장품 회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초상권 사용금지 가처분 및 공동사업약정 무효확인 청구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지원이 졌다. 재판부는 "하지원이 제기한 문제는 위반사유로 보기 힘들다. 양측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디스패치'가 하지원과 A씨 측(골드마크)의 다툼을 살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인 '공동사업약정서'를 단독으로 입수, 문제의 시발점을 확인했다.

♦하지원, '골드마크' 동업 참여

2015년 5월, 하지원과 A씨 측은 화장품 사업을 준비했다. '골드마크'라는 회사를 설립, '제이원'(J-one)이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한 마디로 '동업'의 시작이다.

하지원은 자신의 '이미지'를 출자했다. 초상, 성명, 음성 등 자신의 식별 표지를 제공한 것. 브랜드 홍보를 지원하는 역할이다. 그 대가로 '골드마크' 지분 30%를 받았다.

이는 '디스패치'가 입수한 공동사업 약정서에도 잘 드러난다.

제2조. 본건 사업 및 대상회사에 관한 합의

가. 제공대상

(1) 하지원의 초상 (외모, 영상, 사진, 동작 등)

(2) 하지원의 성명 및 음성 (이름, 예명, 사인, 더빙, 노래 등)

다. 촬영 및 판촉행사

(1) 하지원은 영상 및 사진 촬영, 판촉행사에 출연 또는 참여해야 한다.

(2) 브랜드 존속시까지 해당 자료를 국내외에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

(3) '제이원' 브랜드 제품의 경쟁상품이나 유사상품의 광고에 출연할 수 없다.

♦지분 30%, 무상으로 취득?

하지원은 '이미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지분을 확보했다. '골드마크' 기명식 보통주 30%를 받았다. '골드마크'가 대규모 투자를 받아도, 이 지분율은 유지되는 조건이다.

'디스패치'가 확보한 주주명부에 따르면, 하지원(전해림)을 포함한 가족(자매 및 모친)은 1만 2,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골드마크가 발행한 주식 총수의 30%다.

하지원은 주식 취득 과정에 대해 "하지원이 자신의 예금계좌에서 골드마크 법인계좌로 입금했다"면서 "본인 돈으로 주식을 매입했다. 남에게 양수대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스패치' 확인 결과, 하지원은 주식 30%를 무상으로 취득했다. 주식양수대금 600만 원은 'A씨 계좌->하지원 모친 계좌->하지원 계좌->골드마크' 순으로 전달됐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도 밝혀졌다. 3자간 입금 내역 및 문자 내용이 공개된 것. "(어머님께) 송금했습니다"(A씨)와 "지원통장에 넣을게요"(모친)라는 문자가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원 vs 골드마크, 갈등의 시발

하지원의 주장을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동업자와) 신뢰가 깨졌다. 계약을 파기하겠다. 내 초상권을 사용하지 말라."

골드마크는 계약 파기의 조건으로 주식반환을 요구했다.

하지원의 대응은….

"내 돈을 내고 정당하게 받은 주식이라 돌려줄 수 없다." 

그리고 덧붙였다.

"배당금은 물론 모델료도 받은 게 없다. 초상권만 공짜로 쓰게 해준 셈이다. 공동 사업 약정서는 무효다. 초상권 사용도 금지한다."

하지원과 골드마크의 소송의 핵심은 '신뢰', '무효', '파기', '가처분'이다. '디스패치' 역시 이 4가지 부분을 주의깊게 살펴봤다.

♦누가 먼저 신뢰를 깼나?

다시, <공동사업약정서>를 살펴보자.

하지원은 2015년 5월 12일 골드마크와 약정서를 작성했다. '제이원' 광고 및 홍보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것. 이는 브랜드 홍보의 기본이자 회사 주주의 의무였다.

하지만 하지원은 5월 15일,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드라마(너를 사랑한 시간) PPL 계약을 체결했다. 3개월 단발 2억 원의 조건이었다. 골드마크는 한시적으로 이 PPL을 허락했다.

'제이원'은 PPL 종료(8월 14일) 시점을 기다렸고, 8월 25일 색조제품(쿠션)을 론칭했다. 하지원은 해당 제품 모델로 활약했다. 광고도 찍고, 방송도 출연했다. 신제품 행사도 참석했다.

하지원은 또 다시 '로레알' 측과 만났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연장 계약을 체결한 것. 8월에 '제이원' 색조를 론칭했고, 10월에 '아르마니' 색조를 홍보했다. 같은 모델, 다른 화장품인 셈이다.

♦하지원은 어디 모델인가.

삼성전자 모델이 LG전자를 홍보할 수 없다. 계약 위반이다. 오뚜기 모델이 농심 제품을 광고할 수 없다. 역시 계약 위반이다. 이는 광고·홍보의 룰이다.

하지원의 '페이스북'(2015.10.03). 서로 다른 화장품이 충돌했다. 그녀의 프로필 사진은 '제이원' 광고 사진이다. 반대로 게시물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립스틱이다.

'제이원'의 슬로건은 "하지원이 선택한 단 하나의 화장품"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SNS에 #아르마니, #엑스XXXX 등을 해시태그로 달았다. 제품 번호까지 안내했다.

하지원 소속사는 "(골드마크에) 1차 계약 당시 연장 광고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면서 "지금 이 부분을 왜 문제삼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골드마크 측은 어불성설을 말했다.

"당시에는 '젤리팩'(기초화장)만 출시했다. 색조제품 론칭 전이었다. PPL 종료 시점에 맞춰 색조 제품을 냈다. 어느 회사가 동종 광고 출연을 허락할까. 게다가 하지원은 주주였다."

 

♦ 하지원이 말하는 불신의 근거?

그보다, 하지원은 왜 화장품 사업에 뛰어 들었을까?

그는 "(화장품 사업을 하는) 친언니와 자매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 친언니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를 '제이원'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2016.8.24)

하지만 약정서에는 친언니가 등장하지 않는다. 친언니는 자신의 화장품 매장에서 '제이원'의 대표 상품인 '젤리팩'과 '젤리크림' 등을 도매가로 구입한 게 전부다.

하지원이 골드마크와 손을 잡은 이유, A씨의 능력 때문이다. 그는 코스메틱 업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린다. A씨가 만든 대부분의 화장품은 홈쇼핑에서 메가 히트를 쳤다.

'제이원' 역시 런칭과 동시에 홈쇼핑을 공략했다. 6개월 만에 45억 원을 벌었다. 그러자 하지원은 문제를 제기했다.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 모델료 지급 및 이익 배당도 요구했다.

♦법원은 하지원의 주장을 기각했다.

우선, 하지원이 주장한 기망에 대한 법원의 판단.

"골드마크 측이 '(하지원에게) 별도의 모델료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인정하기 부족하다.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음은,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주장에 대한 판결문이다.

"골드마크 측은 공동사업약정서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했다. 회사 운영 상의 문제는 업무 집행에 대한 해임 사유가 될지 몰라도 공동사업 불이행, 또는 신뢰관계 훼손으로 보긴 어렵다."

마지막으로, 초상권 사용 금지에 대한 재판부의 의견이다.

"공동사업약정에 의해 제공하기로 합의한 예명, 성명, 초상, 음성 제공 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 골드마크를 상대로 제기한 초상권 금지 및 폐기 청구는 받아 들이지 않는다."

2013년, 하지원은 '사랑한다'를 말했다. 2016년, 하지원은 '기망'을 주장했다. 그리고 2017년, 하지원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래서 다시, 항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