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카페에서 학생들이 메뉴를 주문한 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8.29/뉴스1 © News1

"이 문제 어떻게 풀었어?"

"몰라, 나는 이거 찍었는데 맞았어. 흐흐."

학교를 마치고 학원 수업 시작 전인 늦은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카페에서는 또 다른 '자율학습'이 진행되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빈틈을 이용해 카페에서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거나 밀린 숙제를 서둘러 마무리하곤 다시 학원으로 향했다.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문제풀이에 몰두 중인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우르르 카페에 들어서니 한산했던 공간도 금세 들이찼다.

카페에서 만난 두 여학생은 머리를 맞댄 채 영어지문을 함께 읽으면서 열띤 공부 중이었다. 이들은 영어로 한차례 읽은 다음, 문장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인근 학교를 다닌다는 강모양(13)은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나왔다"며 "학원(수업) 시작 전에 친구랑 같이 숙제를 하고 가려고 미리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대치동 카페 모습은 전용 독서실이나 스터디룸을 방불케 했다. 앳된 얼굴의 학생들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거나 2~4명씩 옹기종기 짝을 지어 문제풀이에 열중했다.

이들의 테이블 위에는 조금 먹다 남은 음료 잔과 함께 필기 노트, 프린트물, 그리고 알록달록 펜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대치동 학원가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 2017.8.2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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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경직되지 않고 자유롭게 떠들어도 되는 카페 분위기 덕분에 공부가 더 잘된다며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자처했다.

수학문제를 풀던 이모양(14)은 "학원 가기 전에 공부나 숙제를 하려고 이곳 카페를 자주 찾곤 한다"며 "이곳은 학원 안과 다르게 친구들과 마음대로 떠들 수 있고, (다른 사람) 눈치를 안 봐도 돼 좋다"고 설명했다. 함께 온 박모양(14)도 "카페는 학교나 학원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엄마 손에 이끌려와 빵이나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도 대치동 카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아이가 혹여 끼니를 거를까 봐 과일 같은 간식을 집에서 미리 준비해오는 학부모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주부 이모씨(45·여)는 "개학하고 학원을 이곳으로 옮겼는데, 아이가 잘 찾아갈 수 있을지 불안해서 나왔다"며 "학원 보내기 전 뭐라도 챙겨 먹일 겸 카페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달갑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학생 여러 명이 값싼 메뉴를 한두개만 시키거나, 아예 외부음식을 들고오는 탓에 속이 탄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공간이 넓은 프랜차이즈 카페보단 작은 규모 카페에서 더 심했다. 학원가 인근에서 20석 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A씨(38)는 "손님이 많을 때 (학생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 매출에 오히려 손해"라며 "책 펴놓고 공부하는 아이를 구박하거나 내쫓을 수도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 시험시간이 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저녁 시간대 찾은 한 가게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학생들은 음료잔을 자리에 하나씩 놓은 채 1시간 가까이 공부를 하다 떠났다. 학생 4명이 지출하고 간 돈은 5000원 남짓이었다.

이런 탓에 이 일대 상가에서는 '1인1메뉴 주문', '외부음식 반입금지' 등 요구사항이 적힌 안내판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저녁시간대 가게를 찾은 학생들은 1시간 가까이 이곳에서 머물다 학원으로 향했다. 2017.8.29/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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